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댓글부대를 동원한 여론조작과 세월호 사건때의 민간인 사찰 등 과거 그릇된 행적이 잇따라 드러난 국군기무사령부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런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기무사에 대해 해체수준의 조직개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방부가 고심 중인 국방개혁 2.0안에 포함될 기무사 개혁방안이 주목된다.
2일 국방부 댓글사건 조사 TF에 따르면 사이버 댓글활동 등 여론조작 행위를 조사하던 중, 기무사가 온라인상의 여론조작을 넘어 세월호 사건에도 조직적으로 관여한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
조사결과 기무사는 사고발생 13일째인 2014년 4월 28일 세월호 관련 현장상황 파악을 위해 TF를 구성하고, 사고발생 28일째인 5월 13일에는 참모장을 TF장으로 하는 '세월호 관련 TF'로 확대운영하는 등 약 6개월간 TF를 운영했다.
발견된 자료에는 세월호 탐색구조 및 선체인양 등 군 구조작전 관련 동정 보고 문건과 함께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상 탐색구조 종결 설득 방안,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 방안 등이 포함돼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지속적으로 탐색구조를 요청하고 여러가지 요구사항들을 내놓은 것에 대해 기무사가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조사 TF는 또 "기무사가, 보수단체들이 좌파집회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열 수 있도록 소위 좌파집회 정보를 달라는 요청에 응해 세월호 사건 관련 시국 집회 정보를 제공한 문서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사TF가 이번에 확인된 의혹에 대해 국방부검찰단으로 이첩해 위법사항 여부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힘에 따라 직무범위를 넘어선 기무사 활동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기무사가 문재인 정부들어 정치적 중립 준수와 민간인 사찰 금지 등을 선언하며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지만 잇단 조사와 수사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개혁 차원에서 군사정보 위주의 조직을 본연의 업무인 보안‧방첩 중심으로 재편한데 이어 최근 기무사 개혁 TF를 만들어 고강도 개편안을 마련 중이다.
사이버사령부와 의무사령부, 근무지원단 등 국방부 직할부대 가운데 특히 정치개입 논란의 핵심인 기무사령부에 대한 존폐여부 결정과 개편은 보다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기무사 개혁에 대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의지는 상당히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개혁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국방개혁자문위원도 "국방부 직할부대 개혁의 핵심은 기무사"라며 "장관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되레 주변에서 만류하는 상황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방부 기무사 개혁 TF는 기무사의 해체 여부와 함께 조직의 대폭적인 축소 개편,부대원들의 월권과 특권, 독직행위 근절 등 다각적인 개혁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기무사를 해체하지 않을 경우 업무를 군사 보안·대테러 등에 한정해 방첩 등을 이유로 한 민간인 대상 정보 수집 업무를 대폭 축소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사 병력을 감축하고, 기무사령관 계급을 중장에서 소장으로 낮추는 안도 검토 되고 있다.
국방부는 기무사 등 직할부대 구조개편을 포함한 국방개혁 2.0 계획안을 이르면 7월 중으로 청와대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