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사립학교법은 사학법인의 자율성을 내세워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망각하고 있다. 상당수 사립학교에서 회계 비리와 횡령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이사회는 설립자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교육당국이 사학 비리에 대한 감사를 통해 징계 처분을 해도 법원 판결에서 번번히 깨지고 있다. 이 총체적 모순의 밑바탕에는 퇴행적인 사립학교법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CBS는 온 국민에게 온 정성을 담아 ‘사립학교법, 혁명을 논하다’ 연재 보고서를 올린다.[편집자 주]① '징계 의도만으로 직위해제' 남발 …사립학교법 독소조항(계속)
(일러스트=스마트이미지)
사립학교에서 단지 징계하겠다는 의도만으로도 직위해제를 합법적으로 남발하고 있다. 이러한 독소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비판이 높다.
사립학교 회계부정을 공익제보한 서울미술고 정미현 교사.
정 교사는 성추행을 이유로 직위해제를 두차례 당한다.
첫 번째 직위해제는 학교측이 정교사를 학생 성추행으로 형사고발한 직후 이뤄졌다.
그런데 학교측은 6개월 후 성추행 고발 사건에서 무혐의가 나온지 일주일만에 정 교사를 두 번째 직위해제했다.
사유는 중징계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것 뿐이다.
그 중징계 사유가 첫 번째 직위해제 때와 똑같은 성추행 혐의인데, 이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온 사안을 다시 문제 삼은 것이다.
결국 3개월 뒤 정교사는 파면되었고, 올해 3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파면이 취소되자 학교에서는 같은 사유로 세번째 직위해제를 하게 된다.
일년 사이 세 차례의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 셈이다.
정미현 교사는 "징계의결을 요구하겠다는 이유로 한 직위해제였기 때문에 학교법인 쪽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직위해제 당한 선생님을 중징계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하면 그 직위해제는 성립이 된다. 법적으로 타당한 거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의 사립 동구마케팅고의 안종훈 교사.
안 교사는 회계부정과 횡령을 공익제보한 이후 직위해제를 세차례나 당했다.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처음 직위해제를 당한 이후 3개월 단위로 연장하며 모두 세 차례나 직위해제를 당했다.
징계가 아니면서도 9개월 동안 업무에서 배제됐다.
안 교사는 "임시이사가 파견된 이후 직위해제가 연장되지 않고 겨우 복귀했다. 임시이사가 파견되지 않았으면 공익제보자에 대한 직위해제가 무한반복되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꼭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직위해제가 악용되지 않도록. 이건 정말 징계보다 더 가혹하다.동료들로부터 완전 격리하고 직장생활을 말살하는 거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법 58조의 2에 명시된 직위해제 사유 중 징계 의결을 요구중이거나 근무태도 불량은 자의적 판단으로 공익제보 교사를 탄압하는데 악용되는 독소조항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