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별세한 지난 23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영정이 놓혀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 전 총리는 이날 아침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윤창원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이 25일 김종필 전 총리의 빈소를 찾아 5등급으로 분류된 국민훈장 중 최고등급인 무궁화장을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김 장관은 정부를 책임진 국무총리에 훈장을 추서한 관례를 존중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궁화장은 국민 훈장 중 최고훈장으로 최근에 세상을 떠난 전직 총리 중 이영덕, 남동우 총리가 각각 무궁화장에 추서된 바 있다.
하지만 훈장 추서는 물론 '애도'할 이유조차 없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애도(哀悼)'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에 가담했고 유신정권 등 독재정권에 일조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죽음을 슬퍼하는 것조차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고상만 인권운동가는 트위터에 "나는 그의 죽음을 애도할 이유가 없다. 김종필은 국민의 민주주의 열망을 고문과 투옥으로 막아섰던 독재자의 충실한 집행자"라며 "반민주와 반민족 행위자에게 훈장 수여는 안 된다"고 적었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페이스북에 "군사쿠데타와 정보정치, 친일사대외교의 문을 연 김종필, 그의 정치의식은 '문재인 저 얼굴에 뭔 대통령?' 그런 힐난을 뱉어낸 수준이다. 공적영역에서 그에 대한 과도한 칭송과 사후 배려는 문제가 있다. 그는 503의 뿌리이며 군사독재정치의 원류이자 오늘날 자한당류의 원류일 뿐"이라고 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해방 후 친일청산이나 요즘 조계종 자정요구에서 보듯 부역세력에 대한 관대함을 김종필에 대한 반응에서 본다"며 "그는 사회 적폐인 친일 기득세력의 대표적 인물이자 부역자였다"고 썼다.
김 전 총리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디제이피(DJP) 연합을 성사시켜 정권교체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과가 공을 압도한다는 지적이다.
주강현 교수는 "DJP연합의 어쩔 수 없던 공로를 이야기하나, 이 역시 역사적 한계였고, JP의 끊임없는 몽니와 지분챙기기를 생각하면 불편하기 그지없던 일이었다"며 "과도하게 부풀려서 훈장이니 그런 헛소문으로 역사 앞에서 역사를 부정하지 말길"이라고 적었다.
박정희 독재정권에 굴복한 김 전 총리를 미화하는 듯한 언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역사가 심용환은 페이스북에 '누가 감히 김종필의 죽음을 애도한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심용환은 "현대사의 거목? YS와 DJ를 대통령 만든 사람? 김 전 총리는 김영삼과 김대중의 약점을 이용해 악착같이 들러붙어, 두 선명한 야당 지도자의 한계선을 그어대며 대한민국 개혁의 역사에 커다란 걸림돌로 활동했다"며 "기껏 하륜이나 김안로 정도 될 인물을 무슨 정도전이나 김종서에 비하는 언론의 태도가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두환과 노태우의 죽음에 관해서도 찬양조의 뉴스를 봐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음식 칼럼니스트 겸 방송인 황교익도 페이스북에 "김종필은 총으로 권력을 찬탈했다. 독재권력의 2인자로서 호의호식했다.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말라"고 적었다.
그는 "그의 시대가 그리운가. 그러면 애도하시라. 쿠데타와 고문과 인권유린과 독재와 분열과 냉전과 지역이기와 정치야합 시대의 종말을 고통스러워하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