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의실에 마련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이변은 없었다.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궐 선거에서 대부분 싹쓸이하는 분위기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와 경북도지사 선거, 제주도지사 선거를 제외한 14개 광역시·도단체 선거에서 모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개표가 초반이고 출구조사가 조금씩 틀린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출구조사에서 벌어진 1위와 2위의 격차가 매우 큰 상황이어서 새로운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분위기다.
먼저 눈에 띄는 선거는 경남도지사 선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 민주당 김경후 후보와 '선거의 귀재'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가 맞붙은 격전지였다. 양당 모두 이곳에 사력을 다해 지원유세를 했다.
출구조사 결과는 김경후 후보 56.8% 대 김태호 후보 40.1%였다.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 16.7%p 차이로 김 후보가 예상 1위가 됐다.
또 울산지역에서 민주당 송철호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예상 1위가 된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1997년 제2회 지방선거 이후 20여년간 울신시장은 보수정당이 줄곧 차지해왔는데, 이번에는 뒤집어지는 분위기다.
'여배우 스캔들'로 선거 막판 곤혹을 치른 경기도지사 이재명 후보도 출구조사에서 한국당 남경필 후보를 25.7%p 격차로 크게 앞섰다. 선거 초반부터 중반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굉장히 컸던 격차가 소폭 좁혀지긴 했지만, 판세가 바뀌지는 않는 모양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3일 오후 서울 안국동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의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캠프 관계자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무난히 당선되는 분위기다. 박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55.9%를 얻어 한국당 김문수 후보(21.2%)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18.8%에 그쳤다.
민주당의 압승 분위기는 국회의원 재보선.궐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재보선·궐 선거가 실시된 12개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은 10곳에서 승리가 예상됐다. 심지어 보수텃밭으로 분류되는 충북 단양시 제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이후삼 후보가 47.6%로, 한국당 엄태영 후보(45.7%)를 오차범위 내에서 1.9%p 앞섰다.
이같은 결과는 사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결과와 매우 유사하다. 다시 말해, '이변이 없는' 선거 결과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13일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참패한 한국당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벌써부터 내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 이후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짧은 영어 문구를 올렸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으로,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좌우명으로 삼고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 내걸었던 문구다. 사실상 '참패'라는 '사전 성적표'를 받아든 홍 대표가 당 대표직 사퇴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구조사 발표 이후 20여분 만에 텅텅 한국당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에서는 구본철 전 한나라당 의원을 필두로 오경훈 전 의원, 이건영 전 당협위원장, 김용호 현 당협위원장 8명이 "보수궤멸 책임지고, 홍준표는 사퇴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와 재보선.궐 선거에서 1석도 건지지 못한 바른미래당도 침통하긴 마찬가지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바른미래당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 시민들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하게 받을겠다"면서 "이 시대에서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고 짧은 소감을 밝힌 뒤 당사를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