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30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 지분 1조 4000억원 규모를 매각한다. 삼성 금융계열사는 왜 갑자기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하는걸까.
◇ 삼성, 금산법 위반 리스크 해소 차원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회사 주식 2298만주(0.38%)를 총 1조 1790억 5621만 7600원에 오는 31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주식회사 주식 402만주(0.07%)를 총 2060억 4378만 2400원에 31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총 1조 3851억원 규모다.
처분 목적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 리스크 사전 해소 차원이다. 금산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은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10% 넘게 갖지 못한다.
현재 삼성금융 계열사 중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8.27%, 삼성화재는 1.45%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금융사를 합치면 총 9.72%가 계열사 출자분이다. 현재는 10%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2차례에 걸쳐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작년에 절반을 없앴고 나머지 절반은 올해 안에 소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은 삼성생명과 화재의 전자 지분율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예정한대로 자사주를 100% 소각을 했을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은 10.45%로, 10%를 넘게 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내용을 검토하고 있었다"면서 "오늘 이사회를 열어 금산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10% 초과분 주식인 0.45%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산법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하려는 것"이라면서 "추후 지분의 추가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국제회계기준(IFRS) 17이나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에 따른 재무건전성 변화 등을 고려해 종합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정부의 삼성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 최소한의 성의?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생명과 화재의 전자 지분 대량 매매가 정부의 삼성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에 따른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여권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자산의 3%(시장가치 기준)까지만 보유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개정 전에 스스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 당시 가격(취득 원가)로 계산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법이 개정되면 시장 가격으로 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약 20조원대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업법은 아직 개정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처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정부 압박에 따라 100% 결정했다고 할 순 없지만,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