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인 '1-BP'의 원인으로 지목된 접착제. 대한항공 기내청소 노동자들은 "수년 째 해당물질로 기내 좌석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송영훈 기자)
대한항공이 여객기 안을 1급 발암물질이 든 화학약품으로 청소해 당국이 재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최근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대한항공 기내 측정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독성물질이 든 해당약품은 당국에 신고를 한 뒤 사용해야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를 누락했다.
◇ 기내서 나온 '1-BP'… 노동부 "법적 유해물질 검출, 재조사"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대한항공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당국이 지난 3월 대한항공 여객기를 대상으로 기내 미세먼지와 환경측정을 진행한 결과 독성물질인 '1-브로모프로판'(1-BP)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1-BP는 흡입, 경구 섭취, 눈, 피부 접촉 형태로 직업적으로 노출되면 중추 및 말초 신경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 무력증, 월경부전, 간과 폐 손상 등도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원 자료는 경고한다.
조사당국은 1-BP가 대한항공이 승객이 사용하는 기내 좌석을 교체하는 작업에서 사용한 접착제 '스타본드'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1-BP가 50% 넘게 함유된 약품이지만, 노동자들은 마스크나 보호장구 없이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공단 관계자는 "1-BP가 발암성과 근로자에게 생식 독성의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라며 "물질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곧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측정된 수치는 5.1ppm으로, 화학물질 노출기준인 25ppm(TWA) 보다 낮긴 하다.
그러나 비행기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이 약품을 사용했을 경우 노동자는 물론 승객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인천대 김철홍 산업경영공학 교수는 "비행기 동체처럼 내부가 상당히 밀폐된 공간에서 유해성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노출됐을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판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대한항공 '보고'도 '노동자 검진'도 없었다
대한항공 본사 (사진=박종민 기자)
대한항공이 이런 독성물질을 포함된 스타본드 접착제를 계속 써오면서도 신고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관리대상 유해물질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당국에 보고를 하고 써야 하는데, 보건공단 관계자는 "법정 관리 물질이지만 사업주로부터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사업장에서 사용하게 되면 사용·관리 결과를 보고해야 하지만 없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1년에 1번 실시하는 작업환경측정도 이뤄지지 않았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년에 1회 실시해야하는 특수건강진단도 없었다.
이에 관해 보건공단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나 공단에서 점검을 나가도 이런 물질을 사용자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알아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해당 물질이 검출됐다는 공단의 설명이 있은 직후 대한항공 측은 부랴부랴 하청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해당 약품의 신고 누락에 대해선 "담당자에게 확인 중이다"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