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는 부산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는 요즘, 기술창업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유망 기업에서 부산경제의 비전을 찾는 연속보도를 마련하고 있다. 오늘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흉부영상 자동진단기를 개발해 결핵 예방과 해외 수출에 도전하는 의료분야 혁신기업을 소개한다.[편집자주]
사진왼쪽부터 (주)MID가 개발한 'DxRAD'와 방사선영상 진단기 연결 모습 (사진=주. MID 제공)
◇ 인공지능으로 4초만에 결핵 판독, 혁신적 X-선 진단기기 개발한 (주)MID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 위치한 (주)MID (Medical Innovation Develop). 이 회사는 디지털 방사선 자동판독기 '디엑스라드(DxRAD)'를 개발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방사선 영상을 분석해 자동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가려주는 기기다.
입원환자와 외래환자가 가장 많이 받는 기본검사인 흉부 X-선 사진을 분석해 제 3군 감염병인 결핵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스크탑 형태의 간단해 보이는 장비 같지만, '정상인 폐'와 '결핵에 감염된 폐'의 영상으로 딥러닝 훈련을 받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불과 4초만에 결핵 감염 여부를 선별해 준다.
설립 1년을 갓 넘긴 의료분야 창업기업이지만, CEO인 박창수 대표를 비롯한 핵심 개발인력들이 방사선사와 대학병원 교수 등 해당 분야에 정통한 전공자들이어서 제품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자신한다.
흉부 X-선 영상을 비정상적인 폐와의 대조, 정상 폐 와의 대조, 왼쪽 폐와 오른쪽 폐 간 길이·면적·조직 비교·, 음영값 분석 등의 연산 절차를 진행한다. 인공지능이 정상사진으로 판독하면 해당 진료과에 그대로 전송하고, 결핵 판정이 나오면 환자에게 "2차 검진 대상자이니 의사에게 문의하라"는 음성 안내를 해준다. 담당 의사에게도 결핵 가능성이 있는 환자임을 사진 하단에 표시해 알려준다.
DxRAD는 결핵 환자가 발병 사실을 모른채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 2차 감염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정상 폐를 찾아내는 판독 정확도는 93%, 결핵환자를 찾는 정확도는 87%에 이른다. 올해 안에 마무리되는 임상시험을 통해 결핵 진단 정확도를 10% 더 끌어올릴 수 있다.
DxRAD가 의료현장에 도입되면 폐 영상 촬영 직후 곧바로 결과를 얻어 환자의 퇴원이나 귀가를 막고, 격리와 2차 검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결핵 확산을 획기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DxRAD가 판독해 보여주는 흉부영상 사진 예시 (사진=MID 제공)
◇ '결핵 후진국' 불명예, 2차감염 막는 즉시 판독으로 개선할 수 있어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부동의 결핵 발생률 1위, 사망률 1위의 '결핵 후진국'이다. 해마다 3만 명 안팎의 결핵환자가 신규로 발생하고 4만 명의 유병환자가 있으며, 2천2백여 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결핵 발생과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핵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1차 검진수단인 흉부 X선 영상으로 결핵을 판독하는 방사선과 전문의는 전체 의사의 5%도 안되고, 전체 병의원의 70% 이상이 방사선과 전문의 없이 운영되고 있다.
병의원의 의뢰를 받아 영상판독센터가 영상을 대신 분석해주고는 있지만, 전국에 몇곳 안돼 이메일로 판독을 의뢰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러야 하루, 늦으면 1주일이 소요된다. 객담이나 혈액 분석을 통한 2차 검진으로 결핵을 확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반면, 결핵은 대화나 재채기·기침 등을 통해 주변사람에게 쉽게 전파되는 감염력이 매우 높은 질병이다. 폐 영상을 찍은 후 곧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현재의 진단기술로는 2차감염을 차단할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어린이집이나 병원 입원실 등에서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집단 감염 사례는 DxRAD의 유용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DxRAD의 폐결핵 자동진단 원리 (사진=MID 제공)
◇ 국가 재정과 병원 수익, 두마리 토끼 잡는 인공지능(AI)의 상용화 길 열다흔히들 인공지능 'AI'가 의사를 대체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의사를 대체하려는 AI 의학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경우의 수가 가로·세로 각 19줄로 한정된 '바둑'과 달리 인체는 사람마다 체형과 체질이 천차만별이고, 합병증이나 복합질환을 앓는 경우도 많아 특정질환을 정확하게 자동 판정할 수 있는 AI를만나기까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AI가 의사를 대체할 정도로 대등한 자격을 인정받는 상황은 현행 의료법의 규제나 의사들의 생존권 문제 등을 고려할 때도 쉽게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면에서 (주)MID의 'DxRAD'는 의료계 친화적인 AI 이용 사례로서 시장을 거스르지 않는 상용화 시도가 돋보인다. 이 장비는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조하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결핵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객담이나 혈액 분석을 거쳐 2명 이상의 의사가 확진을 내려야만 가능하다. DxRAD는 2차 검진이 필요한 대상자를 추려내 주는 역할만 하면서 하루 수백장의 흉부영상을 살펴봐야 하는 의사의 작업 피로도를 덜어준다.
장비를 구입한 병원 측은 오히려 결핵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2차 검사와 후속 치료로 진료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입원실을 보유한 산부인과나 소아과 같은 병의원들은 간단한 영상촬영 만으로 결핵 의심 환자를 일반환자로부터 사전에 격리시킬 수 있어 환자간 감염 사고로 인한 병실 폐쇄와 영업정지 등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주)MID 박창수 대표 (사진=강동수 기자)
결핵 퇴치와 예방 행정을 책임을 진 보건당국의 유용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부산은 전국 1위의 결핵 발생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어 MID의 제품은 창업의 가치 뿐만 아니라 도시 보건에 있어서도 크게 관심받을 분야다.
DxRAD는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출한 결핵 진료비는 2016년 한해만 1230억 원에 이른다. 특히 국내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결핵 신규 환자수가 2008년 587명에서 2016년 2123명으로 3.6배나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외국인 결핵환자도 우리 건강보험 재정으로 완치 때까지 치료비를 지원해야 한다. 결핵 환자는 감염 우려때문에 다른 승객과 비행기에 동승시킬 수 없어 사실상 출국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감염됐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1인당 최대 5천만원에 이르는 치료비용을 전액 우리 보험 재정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년간 결핵 고위험국가 외국인에게 발급된 단기비자만 200만건에 달하며 외국인 결핵관리 대책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비자 발급이나 출입국 심사 단계에서 DxRAD를 이용한 결핵 검진 도입 가능성이 기대된다.
DxRAD 자동판독 대상 질환의 대표 영상 예시 (사진=MID 제공)
◇ 해외시장과 유지·관리, 영상진단 전문AI로…사업 모델 확장성 큰 기대DxRAD는 의료장비로는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어서 기존의 방사선 영상장비와 연결해 쉽게 상용화할 수 있다. 보건소나 병의원 등 영상진단장비를 운용하고 있는 전국 4만여 개 의료기관이 구매자가 되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의료 수준이 낮고 취약한 해외시장에서도 수출 전망이 밝다.
DxRAD는 제품 판매 이후에도 딥러닝을 계속해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을 밟게 된다. 실전에서 매년 5만장의 임상 사진을 확보해 2021년까지 약 30만 장을 딥러닝할예정이다. 이를 통해 장비에 대한 유지· 보수와 업그레이드 유료 서비스를 진행하며 추가 수익원 확보도 예상된다.
(주)MID는 제품 개발은 이미 완성단계에 이르렀고, 의료기기 규격 인증(GMP)과 임상시험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말까지 임상시험을 끝내고 해외 영업을 시작하는 한편, 내년부터 제품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MID는 결핵 분야 사업이 안착하는 대로 초음파와 CT, MRI, 홍체 진단까지 자동판독 영역을 확대해 영상진단 전문 AI장비 개발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박창수 대표는 "MID의 인공지능 툴은 오픈소스로 일반에 제공되는 알고리즘이 아닌 자체 개발한 것"이라며 "필요한 용도에 따라 업그레이드나 다양한 적용이 가능해 앞으로 영상진단의 다양한 분야로 사업 확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