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아버지 빼닮은 유머있고 단호한 모습
- 북쪽땅 밟던 순간, 문대통령도 예상 못했을것
- 정상간 독대, 주변국 스트롱맨들 궁금증 유발효과
- 생모 고향서 온 제주소년 오연준에 큰 관심
- 객관심 지녀야 할 기자까지 감동받은 역사적 현장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지환 기자(CBS 기자)
원래 월요일 이 시간은 변상욱의 기자수첩 시간이죠. 근데 오늘은 변상욱 대기자가 후배기자에게 시간을 양보해 주셨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지근거리에서 취재해 온 CBS기자가 있어요.'판문점 공동취재단' 일원이자 CBS 청와대 출입기자인 박지환 기자 스튜디오로 나와있습니다.
◇ 김현정> 어서 오세요, 박 기자.
◆ 박지환>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제일 인기 있었던 음식 뭐예요?
◆ 박지환> 아무래도 평양냉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던 만큼 남측 참여 인사들은 평양냉면에 관심을 많이 갖고 즐겼던 걸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평양냉면... 옥류관에서 가지고 온 제면기가 고장이 나가지고 어떻게 됐다. 이런 보도도 있었는데 사실입니까?
◆ 박지환> 당일 한 언론이 보도를 하기는 했는데요, 현장에서도 평양냉면을 공수하는 데 참가한 남측 실무진이 북한 측이 굉장히 속상해한다는 얘기는 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평양냉면을 굉장히 격식을 차려서 먹는 걸 중요시하는데 물냉면뿐만 아니라 쟁반냉면, 꿩고기 경단 이런 것들을 격식을 차려서 내와야 하는데 뭔가 하나 빠졌나봐요. 그래서 많이 속상해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기는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제면기가 고장나서 어그러진 건 아니고...
◆ 박지환> 평양냉면은 다 배달이 되긴 했습니다.
◇ 김현정> 그거보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조금 속상해하더라.
◆ 박지환> 더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먹는 얘기부터 우리가 시작을 했는데.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태도, 표정, 말투 이런 게 다 관심사였는데... 84년생이에요. 어땠습니까, 기자들이 보기에는?
◆ 박지환>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주목했을 것 같은데요. 지난 2000년 그리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을 빼닮았다고 한결같이 평가를 합니다. 유머감각도 있고,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만큼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에 대한 본인만의 소신, 철학도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줄로 요약하면, 유머러스하지만 단호한 북한 지도자.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저도 김정일 위원장하고 비슷한 느낌 받았거든요. 대화할 때 뭔가 통 크게 이야기하는 시원시원한 화법이라든지 유머를 섞어가면서 얘기하는. 이런 거 굉장히 비슷하잖아요, 아버지하고.
◆ 박지환> 또 굉장히 여유로운 모습도 많이 포착됐습니다.
◇ 김현정> 제일 크게 웃음이 터졌던 장면은 어떤 장면이에요, 전체 중에?
◆ 박지환> 몇 가지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오전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금강산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었잖아요. 그 뒤에 이런 농담을 합니다. 이 정도면 잘 연출됐습니까 이렇게.
◇ 김현정> (웃음) 이 정도면 기자들 만족하겠습니까 뭐 이런...
◆ 박지환> 한마디로 빵 터졌습니다.
◇ 김현정> 그 장면이었군요. 의외로 오전에 터졌군요, 오전에. 그날 하루를 통틀어서 제일 감동적이었던 장면. 이건 박지환 기자 개인적인 소회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떤 장면이었습니까?
◆ 박지환>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때였는데 문 대통령이 ‘저는 언제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을까요?’라고 얘기했더니 김 위원장이 손을 잡고 다시 북으로 넘어갔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외신들도 이 부분에서 크게 감동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조명균 장관도 그 얘기하시더라고요. 조명균 장관도 전혀 예상 못 했는데 상상을 초월했다라는 얘기를 아까...
◆ 박지환> 당사자인 문 대통령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죠.
◇ 김현정> 문 대통령이 저는 언제 북한 땅 밟을 수 있을까요. 이건 아마 준비한 멘트일 수 있는데...
◆ 박지환> 향후에 언제 평양에 초청될 생각 있을까라는 맥락의 질문이었을텐데 갑자기 손을 잡고 당길 줄은 문 대통령도 모르셨을 겁니다. (웃음)
◇ 김현정> 참 돌발 장면이 많았어요. 그중 하나가 시계 말이에요, 시계. 평화의 집 대기실에 시계가 2개. 남한 시계, 북한 시계 따로 걸려 있는 걸 김 위원장이 보고 남한 시간, 북한 시간 통일하자. 남한 시간으로 우리가 맞추겠다 했다는 그 부분. 어떻게 된 거예요, 그건?
◆ 박지환> 어제 알려졌죠. 어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발표를 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적극적으로 남북이 하나가 될 테니까. (지금) 북한 시간이 30분 정도 늦습니다.
◇ 김현정> 2015년에 그렇게 정해졌는데 그게 배경은 뭐였습니까?
◆ 박지환> 그게 친일 잔재를 청산한다는 북한 내부의 판단이 있었고요. 2015년 8월 15일에 동경 표준시를 서울은 쓰고 있잖아요. (북한은) 동경과 다른 평양시를 쓰겠다라고 선언하면서 그때부터 30분 늦은 시간을 사용을 했습니다. 거기에 대한 해프닝도 있는데 좀 소개해 드리면요, 문 대통령이 당일 오전 8시에 청와대에서 출발해서 판문점에 9시에 도착을 합니다. 근접 풀기자가 같이 상황을 공유하면서 취재를 하는데 문 대통령이 8시 31분에 도착했다라고 옆 기자한테 얘기합니다. 그랬더니 옆 기자가 무슨 소리입니까? 지금 9시 1분 아닙니까라고 해서 밝혀진 해프닝인데 오전 7시 반쯤에 기자들이 군사분계선 근처 동선 점검을 나갔습니다. 그때 8시 31분이라고 언급한 그 기자 휴대폰이 북측 시계로 자동 세팅된 겁니다.
◇ 김현정> 그렇죠.
◆ 박지환> 그래서 오전 내내 그 기자의 핸드폰에는 북한 시간이 표시가 됐고.
◇ 김현정> 30분 늦은 시간, 우리보다.
◆ 박지환> 그걸 한국 시간인 줄 알고 취재하는 해프닝이 있었죠. 그러니까 판문점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상징적인 공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됩니다.
◇ 김현정> 두 개의 시간이 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그러네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슬픈 장면일 수도 있어요. 근데 북한 기자하고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꽤 많을 것 같아요. 같은 구역에서 그날 하루 종일 취재하면서...
◆ 박지환> 맨 처음에는 약간 서로를 경계했는데요. 시간이 좀 지나면서 북측 기자들도 남측 기자들에게 상당히 호의적인 모습도 많이 보였습니다.
◇ 김현정> 몇 명이나 왔어요, 북한 기자가?
◆ 박지환> 북측 기자들도 역시 사진 기자, 영상 기자, 펜 기자.
◇ 김현정> 그러니까 종이 신문 기자.
◆ 박지환> 그쪽에서는 글 기자라고 표현을 한다고 하는데요, 회담장 안에는 글 기자가 2명이 들어왔습니다. 한 기자한테는 ‘선생님은 기자질을 몇 년을 하셨습니까?’라고 물으면서 굉장히 친근한 모습인데.
◇ 김현정> 기자질 하면 약간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기자가 듣기에.
◆ 박지환> 남측에서는 도둑질, 강도질 하면서 하대하는 표현을 할 때 ‘질’자를 붙이는데 북한에서는 경어체랍니다. 교수질, 선생질 할 때 (쓰는). 그러니까 남북한의 분단의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까 이런 말의 차이를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저는 지금 방송질 하고 있는 거네요.(웃음)
◆ 박지환> (웃음) 그런 셈이죠.
◇ 김현정> 도보다리 독대 자리에 북한 기자들이 막 카메라 들고 따라갔다가 김 위원장이 저리 물러나라우 해서 물러나는 거 보고 저는 깜짝 놀랐던 게 북한 기자들 굉장히 적극적으로 취재하는구나 이랬어요.
◆ 박지환> 현장에 나온 북측 기자들은 대부분 노동당 당원들이고 또 김 위원장의 발언과 영상, 사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을 좀 부리더라고요.
◇ 김현정> 우리 같으면 말하자면 특종 욕심인 건데 서로 견제하면서. 여기는 그것보다도 김 위원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
◆ 박지환> 국민들도 보셨겠지만 앞으로 끼어들고 하면서 욕심도 부리면서 작은 실랑이는 있었는데 그게 서로 마음을 상할 정도의 실랑이는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도보다리 얘기가 나온 김에 말입니다. 중요할 줄 알았어요. 이 산책이 중요할 줄은 알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30분 가량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두 사람이,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아주 인상적이었는데요. 취재진들의 느낌은 어땠습니까, 그 도보다리 데이트?
◆ 박지환> 저는 개인적으로 도보다리 친교 산책을 가장 주목했습니다. 바로 형식 때문이었는데요. 우리나라는 물론 역대 해외 정상들 간에도 이런 식으로 회담을 한 적은 없거든요. 전 세계에 생중계가 됐고, 대화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는 형식. 30분 넘게 새소리도 들렸잖아요. 저는 이런 형식의 회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재팬패싱 논란으로 곤욕스러운 아베 총리도 상당히 궁금증을 유발할 거라고 생각을 했고요.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도 정상회담 이후에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긴급히 물어오는 등 우리 한반도 주변 스트롱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장면이 그대로 연출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정말 역사상 처음일 거예요, 이런 장면들이.
◆ 박지환> 맞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기자들이 윤영찬 수석한테 도대체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혹시 기록이 됐습니까라고 물었는데 대통령의 머릿속에 ‘기억’만 돼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북한 대표들의 면면도 우리가 생중계로 생생히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 김여정 제1부부장이요. 그날 하루 종일 보니까 거의 그냥 딱 달라붙어서 수행하는 제 1비서의 모습이었어요.
◆ 박지환>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대남 특사로 방문한 거 다 기억하실 텐데요. 그때는 약간 경직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여유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방명록에 글을 쓸 때 펜을 챙겨주고 소나무에 물을 줄 때 장갑도 챙겨주고 옆에서 하나하나 일일이 체크하는 게 노동당 내부에서도 상당한 비중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 김현정> 그 만년필 같은 거 챙겨주는 거 말이죠. 사실 만년필을 쥐고 쓰면 거기 지문이 남지 않습니까? 지문이 남으면 그걸 가지고 이 사람의 유전적인 이런 경력이라든지 병력이라든지 이런 게 다 남아요, 생체 기록이. 그래서 그걸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는 거죠.
◆ 박지환> 실제로 방명록 종이는 우리 남측이 준비했고요. 펜은 북측이 우리들이 준비하겠다라고 해서 북측이 준비한 걸 가지고 와서.
◇ 김현정> 준비를 했고 그것도 김여정의 손에만 맡긴다는 겁니다. 여러분, 이런 게 굉장히 지금 중요한 부분. 김여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북에서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만찬장으로 갔을 때. 그때 분위기는 어땠다고 합니까?
◆ 박지환> 만찬장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화기애애하고 굉장히 좋았다고 합니다.
◇ 김현정> 좀 이완이 됐죠, 그때만 해도. 중요한 거 다 끝나고.
◆ 박지환> 그 만찬이 2시간 넘게 진행이 됐고요. 제주 출신 오연준 군.
◇ 김현정> 평창 때도 노래 불렀던 그 소년.
◆ 박지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고향의 봄을 불렀습니다. 아시다피시 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의 생모인 고영희가 제주 출신이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엄마가 제주도 출신입니다.
◆ 박지환>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이 태어나 자랐고 또 조상묘가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그 오연준 군이 고향의 봄을 부를 때 함께 따라 부르기도 했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오 군이 부른 노래에 집중을 했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가고 싶을까요? 엄마의 고향.
◆ 박지환> 김정은 위원장 역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옆에 앉아 있던 임종석 실장에게 저 친구는 몇 살이냐라고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돌아가신 엄마의 고향. 나는 지금은 갈 수 없는 땅. 사실 표현은 안 했지만 속마음으로는 좀 울었을 것 같아요.
◆ 박지환> 김여정 부부장의 눈빛이 방송에도 많이 나왔는데 좀 애절하게 오 군을 지긋이 쳐다보면서 노래를 불렀던 모습이 아직도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 김현정> (만찬) 다 끝난 게 몇 시였어요?
◆ 박지환> 원래 만찬이 8시 반에 종료되기로 되어 있었는데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주변 참모진들이 이제 만찬을 그만해야 된다.
◇ 김현정> 일어나십시오, 그 다음 스케줄...
◆ 박지환> 만류할 정도로 현장 만찬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고 합니다.
◇ 김현정> 참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한 기자로서 소감. 일기장에 쓴다면 뭐라고 쓸 거예요, 박지환 기자?
◆ 박지환> 질문에 제 답변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은데요. 역사적인 현장에 내외신 기자 3000명이 같이 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외신 기자가 우는 거 저 봤거든요. 그 정도의 감동이라는 거잖아요.
◆ 박지환> 현장에서는 기자들도 객관적인 거리감이 있어야 되는데 어느 순간 그 안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됩니다. 박지환 기자도 고생 많이 하셨고요. 이제는 조금 쉬어가면서 할 수 있기를. 오늘 고맙습니다.
◆ 박지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판문점 공동취재단의 일원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취재한 CBS의 청와대 출입기자입니다. 박지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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