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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첫 단추 잘못 뀄나…"판문점 선언 비판할 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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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등 중진들 일제히 '北 변화' 부정…내부서도 '여론과 동떨어진 주장' 우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중진급 의원들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비난 일변도로 혹평하면서 과연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한 반응이냐는 의구심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홍 대표는 회담 전부터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좌파만 지지하고 있다"며 비판적 스탠스를 잡은 뒤 회담 직후엔 "위장 평화 쇼"라고 공격한 데 이어, 29일 아예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짓 핵 폐기 약속에 놀아나는 '공범'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지난 27일 김 위원장이 북측의 핵 실험장 폐쇄 장면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이 이날 알려진데다가, 3년 전부터 고집해온 30분 느린 '평양시간'을 우리나라의 표준시와 일치시키겠다고 하는 등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를 감안하면 지나친 공세라는 우려가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됐다.

(사진=홍준표 페이스북 캡처)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그땐 공범"이라고 썼다. "여덟 번을 속고도 아홉 번째는 참말이라고 믿고 과연 정상회담을 한 것이겠냐"고도 되물었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이미 여덟 차례 나왔으나 핵 실험이 이어졌다는 일각의 논리를 차용한 비난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아홉 번째 속게 되는 것이며, 이렇게 자주 속는 것은 공범에 다름 아니라는 주장이다.

'완전한 비핵화의 공동 목표'에 대한 한국당의 비판적 시각은 회담 직후부터 일관되게 유지된 것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회담 당일 공식 논평을 통해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비판 지점은 북한이 앞으로 핵 실험과 미사일(ICBM 등) 발사를 않겠다는 것이지, 핵과 ICBM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내대표를 역임한 정진석(4선) 의원은 "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의 핵 무장을 해제하고 ICBM을 제거하는 돌파구를 만드는 일이었다"며 "김 위원장 입에서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영우 의원도 "한반도 비핵화는 결국 단계적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것은 서해 포기"라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전국 각 지역의 당원들을 소집해 '댓글조작 규탄 및 특검촉구'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정상회담이 끝났으니 드루킹 특검을 하자"며 대여 공세를 통한 여론전의 수위를 오히려 높였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 자리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정은이 판문점을 다녀갔고, 함께 냉면을 먹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북핵을 폐기하는 것도 아니고, 북한이 개방의 문을 여는 것도 아니다. 우리 국민들만 들떠 있다"고 남북 대화국면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경 일변도의 의혹 제기에 대해 당 내부에서조차 경계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이날 밝힌 입장문에서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도 아니고 판문점 선언을 비판할 때도 아니다"라며 이례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북한의 비핵화는 실질적 조치를 거쳐야 한다"며 "완전 핵 폐기를 통한 비핵화는 종국의 목표를 이룰 때까지 신중히 지켜보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당의 반응이 비판 일변도라는 지적에 대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중도층을 의식한다면 타당한 지적"이라면서도 "지금 우리가 결집해야 하는 것은 '태극기'이다. 아쉽게도 그 외에 세력은 어차피 당장 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아스팔트 태극기 세력'이라고 불렸던 반(反)탄핵 여론 등 극우계층을 결집하는 것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자조 섞인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당이 지금같은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여론과 동떨어진 행보로 흐를 가능성이 커보인다.

앞으로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고위급회담 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등 국내외적으로 굵직한 북한 관련 행사들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권 인사들은 SNS를 통해 홍 대표 등의 반박을 '색깔론'이라고 재반박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홍 대표는 민주당 엑스맨임에 틀림없다"고 했고,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완전한 비핵화와 돌이킬 수 없는 평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회담 직후 "향후 비핵화 절차를 지켜보자"며 조건부 긍정 평가를 내렸던 바른미래당 입장을 정리한 한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당은 소수 태극기만 의식하는 식으로 판문점 선언을 비난하고 있지만, 회담이 생중계 되는 등 냉전의식이 깨진 시대변화를 읽지 못한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비핵화나 종전 같은 주요 결정은 미국과 북한, 중국 사이에 합의될 사안이기 때문에 북미회담 등 향후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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