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고속철도(SRT) 공사비리 관련 사건에서 시공사 측이 계약한 공법과 다른 방법으로 공사했다면 공사대금 전부를 사기액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사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 형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시공사 두산건설의 현장소장 함모(56)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판결 취지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감리업체 전 이사 이모(57)씨 등 8명도 2심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재판부는 "안전과 소음·진동으로 주민 피해 등을 고려해 화약발파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슈퍼웨지(유압으로 암반을 파쇄) 공법으로 시공하기로 계약했음에도 함씨 등은 슈퍼웨지 공사 계약 기간 중 상당한 부분을 계약에 반하는 형태로 공사했다"고 지적했다.
슈퍼웨지 공법은 화약을 이용한 일반발파공법보다 시공단가가 5~6배 비싸고 일일 굴착거리가 절반 수준에 그쳐 공사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을 기망한(속인) 행위는 사회통념상 권리행사 수단으로 용인할 수 없는 정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망행위로 받은 기성금 전부가 (사기) 편취액에 해당하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해 특경법상 사기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함씨 등은 2015년 1∼10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둔전동 일대의 SRT 건설공사 제2공구에서 슈퍼웨지 공법으로 작업하겠다는 계약을 어기고 화약발파로 시공한 뒤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공사비 168억여원을 받아낸 혐의(사기)로 기소됐다.
함씨 등은 사기 혐의 외에 뇌물 수수와 공여, 업무상 배임, 배임수·증재 혐의 등도 받았다.
1심은 뇌물죄와 배임죄는 물론 사기 혐의도 유죄라며 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은 사기 혐의를 무죄로 보고 함씨를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기 혐의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