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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터진 #미투 대학가, 단톡방엔 음담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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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연대기③]겉은 'PC함', 뒤에선 온데간데 없어

낄낄거렸던 이들은 모를 끙끙 앓았던 누군가들의 성폭력 연대기[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초등학교는 지금 '아이스께끼' 대신 '앙 기모띠'
②김치찌개 급식에 성희롱…'민망'은 여중생 몫
③곪아터진 #미투 대학가, 단톡방엔 음담패설


 

번듯한 대학 동기들이었지만 그들만의 단톡방선 음담패설이 넘쳐났다. '#미투'로도 일부 드러난 대학가 성폭력은 곪아 터진 대학가의 '둔감함'을 상징했다.

◇'올바름' 속에 감춰진 그 모습

대학 내 성적 폭력은 은밀하다. 그래서 때론 더욱 충격적이다.

고려대생 김예은(23) 씨는 지난 2016년 6월 남자 동기생들이 자신과 몇몇 여성들을 대상으로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서 음담패설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부자의 고백 없인 아무것도 눈치챌 수 없는 성폭력이었다. '올바른' 겉모습에 감춰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톡방에서의 그 사람들과 내가 아는 친구들과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고 했다. 가해자의 일부는 '여성주의 세미나'를 같이 준비했던 친구들이었다.

이른바 '고대 단톡방 사건'이 불거졌지만, 주변에서는 "내가 걸렸으면 무기징역", "내가 걸렸으면 사형"이란 말을 농담처럼 하고 다녔다고 한다.

연세대에서도 지난해 3월 유사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불거졌다. 당시 "터질 게 터졌다고 생각했다"는 게 한 연대생 김모(20)씨의 말이다.

김 씨는 "수업과 같은 공적인 자리에선 다들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해야 하다 보니 평소엔 그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서도 "원래 남학우들이 여학우들을 '그런 식'으로 성적 대상화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음알음 알고만 있었는데,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오래된 둔감함'은 또다시 폭력으로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생이 되기 전, 초‧중‧고등학교 시절 제대로 고쳐지지 못했던 '둔감한 폭력'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그 위치가 좀 더 '올바름'이 강조되는 성인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말 그대로 별 생각 없이 들어가서, 별 죄의식 없이 고등학교 때까지 하던 지난 행동들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성에 대한 존중이 제대로 교육되지 않는 상태에서 대학에 들어왔다고 갑자기 달라지는 게 아닌데, 잘못된 관계 맺기가 계속 이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내 106개 대학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은 적발된 것만 320건에 달했다.

'#미투' 폭로에 힘입어 여러 사례가 드러났지만, 교수나 교직원 등 위계질서나 동기간의 관계 등을 고려해 차마 드러내지 못했을 사안들을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디에 있을까' 싶지만 '어디에나' 있는 폭력. 남는 건 대학 생활에서의 일상적 불신이다.

대학생 송모(23) 씨는 "밖에 다니다 보면 누군가에게 나의 외형을 평가당하는 일이 간혹 있었는데 그런 일이 '학내에서조차' 일어난다는 걸 확인받은 셈"이라며 "겉으론 멀쩡해 보이던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들이 그런 일을 거리낌 없이 할 수도 있다는 데 분노했고 불신까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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