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동교동 경의선숲길공원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한 정봉주 전 의원은 "호텔에 간 객관적 자료로 확인됐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다"며 기존의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했지만,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기본적인 사실관계에서 틀렸다는 점이 드러난만큼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됐다.
정 전 의원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저는 당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 카페에 간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런 행위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7년전 일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도 너무도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피해여성이 주장한 5시 이후 여의도 식당)결제나 방문을 입증하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 뛰며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 23일 오후 6시 43분의 뉴욕뉴욕 결제내역을 제 자신이 스스로 확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정 전 의원은 그러면서 "제 스스로의 눈으로 결제내역을 직접 확인한 이상 기억이 잘못되었음이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라며 "결제내역이라는 명백한 기록이 저의 당일 렉싱턴 호텔 방문을 증거하고 있는 이상 이를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다"며 고소 취하 배경을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재차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며 "직접 나서서 결제내역을 확보했고 이를 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기억이 없는 것도 제 자신의 불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BBK 주가조작 사건의 연관성을 제기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피선거권이 박탈된 지 6년 만에 사면 복권되자마자 서울시장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화려한 재기를 꿈꿨던 정 전 의원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BBK 관련 의혹 제기로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명예회복 절차를 밟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미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프레시안 기자가 자신들의 주장이 허위사실이 아님을 입증해야한다. 기억의 조각조각이 다소 틀릴 수 있지만 781장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다"라며 경찰 조사에 자신했던 모습이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결백을 주장했던 기자회견을 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본인이 확보하면서 결국 잘못을 시인하게 됐다.
성추행 의혹이 입증됨과 동시에 이를 반박하기 위해 거짓 해명을 한 꼴이 되면서 정 전 의원은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하게 됐다. 일각에선 "성추행 의혹을 거짓말로 덮으로 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적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 정 전 의원이 반박을 위해 제시한 증거사진을 집중 보도하며 정 전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방송인 김어준씨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향후 거취 등을 포함한 입장을 표명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