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18일 롯데전 끝내기 안타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3할 타율로 선전하고 있는 kt 신인 외야수 강백호.(자료사진=kt)
한국과 일본의 천부적 재능을 지닌 선수들의 시범경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본의 괴물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와 강백호(19·kt)다.
둘 모두 투타에서 빼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일본 야구를 평정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투타를 겸업하는 이른바 '이도류'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강백호는 투수에 대한 미련을 접고 타자의 길을 택했다.
시범경기 성적도 다르다. 오타니는 1할도 채 되지 않는 타율에 투수로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강백호는 3할 타율을 보이며 주전 좌익수를 확보했다.
▲강백호, 끝내기 안타에 상대 수비 시프트까지
먼저 강백호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6경기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 중이다. 볼넷도 4개나 골라내 출루율이 4할5푼5리나 된다.
특히 기회에 강했다. 득점권 타율 4할에 대타 타율이 10할이다. 18일 롯데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강백호는 후반 대타로 나와 2루타를 때려내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고,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20일 SK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SK는 강백호의 타석 때 3루 라인을 비우고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할 만큼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벌써부터 상대가 의식할 만큼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는 강백호다.
강백호의 타격 모습.(자료사진=kt)
서울고 시절 투타 모두 초고교급 활약을 펼친 강백호는 프로에서도 겸업을 할 계획이었다. 강백호는 지난해 고교야구에서 투수로 11경기 3승 1패 29⅔이닝 평균자책점 2.43, 타자로 27경기 타율 4할2푼2리(102타수 43안타) 2홈런 32타점 10도루 35득점을 기록했다. kt는 일본 니혼햄의 스타 오타니처럼 키운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kt는 강백호의 타격 재능을 더 높이 사 타자로만 출전시키기로 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은퇴)과 이대호(롯데), 나성범(NC) 등 투수 재능이 빼어났으나 대형 타자로 거듭난 선배들과 같은 길을 열어줬다. 일단 시범경기만 보면 성공적인 선택이다.
▲'日 평정' 오타니도 MLB는 어렵네반면 오타니는 MLB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오타니는 지명타자로 9경기 24타수 2안타, 타율 8푼3리에 허덕이고 있다. 투수로도 2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이 무려 27.00에 이른다. 홈런을 3방이나 맞았다.
물론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 분야에서 성공도 어려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투타 겸업을 한다는 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시범경기 부진과 맞물려 더 많아지는 분위기다. 일본에서는 이도류가 통했을지 모르나 MLB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부심도 담겨 있는 듯하다.
'일본과는 다르구나' 올 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투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사진=노컷뉴스/게티이미지)
오타니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던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경기 후 "행운을 빈다"는 묘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도 "오타니가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포함될까"라는 주제를 다뤘다. 아직 리그가 시작 전이지만 어쨌든 오타니의 도전이 큰 시련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일본을 정복했던 선수다. 2016년 오타니는 21경기 140이닝을 소화하며 10승4패 ERA 1.86, 174탈삼진, 타자로도 104경기 타율 3할2푼2리 22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사실 갓 고교를 졸업한 강백호와 비교하기 어려운 업적을 이룬 선수다. 그러나 어쨌든 새로운 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신인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시범경기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일 야구 천재들. 과연 시즌 뒤 결과는 어떨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