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아들 이시형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은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다스는 MB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시절 두 차례에 걸쳐 아들 이시형 씨에게 다스 지배권을 이전하기 위한 보고서를 검토 또는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8월 측근이었던 다스 강경호 대표이사를 통해 M&A 전문가에게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달 받고, 이를 국내 회계법인에 검토하도록 했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아들 이시형 씨가 다스 지배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명목상 최대주주인 친형 이상은 회장과 처남댁 권영미씨 등이 모르게 논의를 진행했다는 게 주목할 부분이다.
이 개편안은 이상은 회장의 지분 일부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양도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이 중 일부를 이시형 씨가 취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실행될 경우 이상은 회장의 지분은 47.26%에서 15.5%로 떨어지고 이시형 씨 지분이 13%가 되지만, 검토에 그쳤다. 재임 초기였던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것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앞서도 꾸준히 다스의 법인자금을 횡령해 오던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출마라는 '큰 꿈'을 위해 비자금 조성을 중단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2005년 서울시장 임기 만료 시점에 "위험한 일을 하지 말라"며 다스 임원들에게 비자금 조성 중단을 직접 지시했다.
퇴임을 앞둔 2011년, 이 전 대통령은 앞서 개편안과 비슷한 목표를 가진 보고서를 실제 승인까지 했다. 이미 큰 꿈을 이루고 퇴임 이후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작업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작성한 'PPP(Post Presidency Plan)'라는 이름의 보고서에는, 이상은 회장이 가진 다스 지분 5%를 이시형 씨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함으로써 '영식(이시형)의 독립생계가 가능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이상은 회장의 지분 5%를 이명박 재단에 출연해 퇴임 뒤 활동을 지원하는데 활용한다는 내용도 있다. 실행까지 이어진 이들 내용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면 기획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정치적 야망을 위해 다스 실소유주임을 숨겨야 했던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본격적으로 지배권 획득에 나섰다. 그는 2015년 11월 김백준 전 기획관 등에게 이상은 회장 명의의 지분 5%를 추가로 획득할 것을 지시했다. 또 지난 해 말에도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에게 추가 취득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소유주가 아닌 법적 소유주가 되기 위한 퇴임 후 작업들은 시작 단계에서 검찰에 덜미를 잡히게 됐다. 1996년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다스 법인자금을 빼내 썼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 때마다 논란을 피해간 것도 운 좋았던 과거가 됐다.
이상은 회장은 수차례 검찰 조사에서 '다스는 내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실제로 자신이 대주주이고 그렇게 믿고 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지배권 확보를 위한 검토 작업에서 이상은 회장을 배제한 것을 보면, 그의 믿음은 진짜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상은 회장은 30% 가량 일부 차명계좌는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