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에게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지도부가 6·13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에 경선 대신 전략공천 방식을 대거 적용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도 갸우뚱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재난 속에서 전략공천이 맞물리다보니 당은 '신인 수혈·지역별 테마공천'이라는 긍정적 의미부여를 하곤 있지만 후보들의 경쟁력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홍 대표를 둘러싼 사당화(私黨化) 논란도 뒤따르는 기류다.
한국당은 16일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석연 전 법체저장이 홍준표 대표의 출마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그가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홍 대표는 여권의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빅 매치'를 장담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 출신의 이 전 처장을 앞세워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인 박 시장과의 '양대 시민운동계 빅 매치' 구도를 짜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전 처장이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전 처장의 낮은 인지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 전 처장 카드는) 홍 대표의 고육지책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전 처장 역시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지지율도 바닥까지 갔다. 결국 어려우니까 내게 요청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야권의 관심 지역으로 부상한 충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당초 이 곳엔 정용선 전 충남경철창장 한 명만 충남도지사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었다. 당내에선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만큼 '경찰 출신'이 적격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인지도 문제 등을 고려해 일단 지방선거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하되, 후보 고르기를 더 하는 모양새다. 이완구 전 총리와 이인제 전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최근 박찬우 전 의원(한국당)이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공석이 된 '충남 천안갑' 지역구의 보궐선거 후보로는 마찬가지로 정치신인인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당이 이날 길 전 사장에게 이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기면서 사실상 전략공천이 확정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해당 보궐선거엔 이완구 전 총리가 출마를 준비 중인 알려졌지만, 당의 방침에 따라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의 한 의원은 "홍 대표는 원래 경쟁 상대는 배제하는 스타일"이라며 사당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잠재적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이 전 총리의 원내 입성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나마 신인 발탁으로 당의 기대가 모이는 곳은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보궐선거가 치러질 '서울 송파을'이다. 한국당은 길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 당협위원장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임명했다.
기존에 당협위원장이었던 현역 의원(김성태·비례대표)을 서울 강남을 당협으로 이석시키면서까지 자리를 내준 이례적 대우다.
홍 대표는 길 전 사장과 배 전 아나운서를 영입하면서 "언론계 (출신) 두 분을 모신 것은 문재인 정부의 방송탈취 정책에 대해 두 분들을 통해 국민적 심판을 받아보고자 함에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신인 '테마 공천' 흐름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선거는 우선 큰 구도를 짜고 제대로 각이 서면 자연스럽게 인물 경쟁에 돌입해야 하는데, 워낙 힘든 분위기다 보니 뒤늦게 인물을 영입해 구도를 짜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한국당은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전략공천자로는 ▲부산 서병수 ▲인천 유정복 ▲울산 김기현 ▲충북 박경국 ▲제주 김방훈 등 5명을 확정했다. 서병수·유정복·김기현 3명은 현역 단체장이다. 서병수 시장을 포함해 공천신청자가 2명이었던 부산을 제외하곤 나머지 4곳은 전략공천자로 발표된 이들이 유일한 신청자였다. 경남은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해졌지만, 아직 후보를 확정하진 않았다.
다만 텃밭인 대구와 경북의 광역단체장 선거엔 공천신청자가 몰린 만큼,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으며 경기·강원·대전·세종·광주 5곳은 추가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