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복귀 명분 쌓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측근들과의 긴밀한 논의 끝에 서울시장 출마에 무게를 두고, '당의 공식 등판 요청'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 전 대표가 당의 요청을 중요시하는 배경으로는 백의종군 선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전면에 나서기엔 부담스런 상황이 꼽힌다. '당을 위한 투신'임을 부각하며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지방선거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공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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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들은 줄곧 안 전 대표의 등판엔 "당과 당원들의 요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한 달 전인 지난 달 13일 바른미래당 창당과 동시에 백의종군을 선언한 만큼, '명분 있는 복귀'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 측근은 "당의 요구와 그에 따른 희생에 대한 안 전 대표의 결심이 등판의 변수"라고 밝혔다. '희생 요구'라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안 전 대표가 최근 당 원외 지역위원장을 잇따라 만나 서울시장 출마 등 지방선거 국면에서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행보다. 간담회 자리에선 안 전 대표에 대한 복귀 요청이 나왔다.
안 전 대표 측도 이 같은 행보에 대한 측면 지원을 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지난 6일 의원 연찬회에서 '안 전 대표에겐 조속한 복귀 요청이 필요하다'는 뜻을 표했고 결국 당은 이 같은 요청을 공식 입장으로 표명했다.
사실상 '당과 당원들의 요구'라는 복귀 명분이 충족된 셈이지만, 안 전 대표는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물 밑에서 인재영입에 공을 들이는 한편, 측근들과 서울시에 대한 구상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행이 길어지자 유승민 공동대표는 13일 입장 파악을 위해 그와 비공개로 만나기도 했지만,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등에 대해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는 앞서 "(서울시장 출마는) 안 전 대표가 결심할 문제"라며 "너무 늦지 않게 결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당 차원의 요청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 사이에선 그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끌어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측근은 "당에서 안 전 대표의 역할과 임무는 뭐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요청을 한 건 아니었다"며 "(지방선거 국면에서)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안 전 대표가 당직을 맡고 있지 않음에도 그를 향해 문을 두드리고 있는 분들이 여러 명 있다. 안 전 대표가 전면에 나와야 함께할 수 있다는 분도 있다"며 당 '인재영입위원장 역할론'을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인재영입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부수를 걸어야 안 전 대표가 얘기했던 '야권 교체'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은 후보자를 주도적으로 끌아온다는 점에서 공천과 연계성이 강한 핵심 직책이다.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 유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칙론'을 강조했다. 그는 "누구 사람이라고, 어디 출신이라고 (공천을) 하기 시작하면, 그건 정말 무원칙한 것이기에 제가 대표로서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갖고 공정하게 당무를 보는 게 (당의) 화학적 결합을 당기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당내에서도 안 전 대표에게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기는 방안이 제안됐지만, 박주선 공동대표 등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표면적으론 안 전 대표의 측의 복귀 조건이 까다롭게 비춰지다보니 그에 대한 불만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당 출신인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시장후보가 인재영입위원장까지 맡는 것은 좀 그렇잖느냐"며 "국회의원들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시장 후보로 해서 서울시를 열심히 챙기는 것이 수도권 지지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확실하게 자신을 던지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박 공동대표가 오는 19일 외국 순방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점과 맞물려 안 전 대표의 복귀 여부는 늦어도 다음주 쯤엔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