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광고 화면.
'이명박은 배고픕니다. 누구나 열심히 땀 흘리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 국민성공시대를 위해 이명박은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합니다.'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선거에 활용했던 광고 문구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의 당찬 정치적 도전을 응축한 카피였다.
성공한 기업인의 이미지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전직 대통령으로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주요 혐의는 뇌물수수다. 결국 '돈' 문제였다. 탐욕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그가 일군 재력을 보면 일반인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은 1965년 현대건설 입사 후 초고속으로 승진해 1977년 현대건설 사장과 1991년 회장을 지냈다.
그가 현대맨으로 일하며 번 돈은 그가 1993년 국회의원이 된 이후 처음 공개됐다.
그의 재산은 274억원.
그는 정몽준(799억), 김진재(662억), 조진형(484억), 김동권(315억)에 국내 전체 공직자들 가운데 다섯 번째로 재산이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이 가장 많았을 때는 2009년 대통령 재임 시절로 공개한 재산이 약 357억 원에 달했다.
그는 정치계에서도 두 번의 국회의원, 서울시장, 대한민국 대통령을 역임해 큰 획을 그었다.
그는 늘 자신의 힘들고 가난했던 과거를 소개하며 기업가-정치인이 된 원동력을 설명했다 .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07년 12월,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할 것이라 공약도 했다.
2009년 그는 자신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모두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약 330억 원을 출자해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청계재단 소개말에는 '우리 내외 살아갈 집 한 칸 남겨놓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어놓아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서 잘 쓰이도록 하고 싶습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국내외 언론은 이 전 대통령의 기부 사례를 칭찬했다. 사람들은 이 전 대통은 돈에 대해 욕심이 없는 이타적인 사람으로 생각했다. 재산 기부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은 49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청계재단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이 전 대통령에게는 우리가 몰랐던 다스(DAS)가 있었다.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은 씨와 처남 고 김재정 씨가 설립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다. 주요 고객은 현대·기아자동차로 이 전 대통령이 현대그룹 사장으로 있을 때 설립됐다. 다스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성장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해 2013년 매출 1조 원 돌파, 2016년 자산 규모(계열사 포함) 9189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다스의 회장은 친형 이상은 씨로 등록돼 있다. 이 전 대통령 측도 다스는 이상은 씨 소유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오는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면 삼성 측으로부터 받은 다스 소송비 60억 원도 뇌물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에 이어 국정원 특수활동비 17억 원, 우리금융지주, 대보그룹, ABC상사 등에서 받는 불법자금 30억 원을 합해 이 전 대통령이 약 100억 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 다스가 BBK 김경준 씨로부터 소송을 통해 돌려받은 140억 원도 결국 이 전 대통령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 된다.
또한 검찰은 다스가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300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면 앞서 청계재단을 설립하면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말과 행동은 모두 거짓이 된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면 그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기록될 수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 측은 검찰의 소환과 과거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전직 판·검사 출신 법조인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법정 공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청계재단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