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에서 브리핑 하는 대북 특사단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개최도 잠정 합의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전의 막이 올랐다.
북미 간 '중재자' 역할에 집중했던 정부는 이번주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찾아 방미·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등 본격적인 4강 외교에도 나설 예정이다.
북한에 이어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1일 입국 길에 기자들과 만나 "두번의 정상회담(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되고 많은 성과를 거두도록, 외교적으로 실무적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12일 중국과 러시아를, 서훈 국정원장은 일본을 찾아 특사단 방북 결과와 방미 협의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들 국가들과의 긴밀한 공조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문제인 대통령의 대미특사 자격으로 미국 방문을 마친 청와대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오른쪽)과 국가정보원 서훈 원장이 1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정 실장은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서 국정원장은 13일 아베 일본 총리와 면담한다.
남북관계가 상당부분 호전되고 비핵화 대화의 가장 큰 고비였던 북미 대화 성사란 큰 담을 넘자, 주변국을 상대로 공감대를 넓혀가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대북특사 활동을 보고받은 뒤 한반도 주변 4강국과 전화통화를 하고 직접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4강 대사에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북핵 미사일이 워낙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나아가 동북아 전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4대 국가 외교가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를 언급하며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5월까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탔다.
그러자 일본과 중국 등, 이해관계가 얽힌 주변국들은 '오묘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 북한의 태도변화에 의구심을 갖고 대북제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고노 다로 외상이 "한국 정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지만 내부에서 '대북압박을 주도해 온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국내여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한반도에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중국도 '대화' 분위기를 평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북중관계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북미관계가 급진전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당분간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역시 이번 성과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고 환영하고 있지만 6자회담 재개 주장 등 한반도 정세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부각하기 위한 셈법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북미대화 이후 비핵화 과정에 들 경우 본격적인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가 필요한 우리 정부로서는,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함으로써 이들 국가들의 우려와 경계를 잠재우고 협조를 구하는 과정을 밟으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에 대해 "예를 들어 일본이 미국에 한반도 제재·압박 강화를 계속해서 주장하면 우리 정부의 대화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대화와 제재를 조율해 온 것처럼 주변국들에게도 이해를 구하고 현재 판에 동참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서 국정원장은 일본에서 돌아오는대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결과를 설명하고, 5월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자세한 경위와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오는 15일쯤 미국을 방문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관련 실무적인 내용을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강 장관과 동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이번 방미길에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앞으로 북미대화가 진행될 경우 양측이 주고받을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주는 우리 정부 주요 인사들이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을 동시에 찾아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숨가쁜 4강 외교의 한 주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주변 4강국 방문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한과 북한, 미국이 중심이 돼 이어온 대화 분위기에 위기를 느낀 주변국들이 다자회의체 형태의 참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