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8년 동안 논쟁의 중심에 있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9부능선을 넘어 막바지 행정절차에 들어갔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케이블카가 관광산업 확장에 필수 요소라고 보고, 이번에 반드시 사업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자연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양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어떤 결정이 나오든 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업 추진만 18년…사연 많은 케이블카
울산에서 빚어지고 있는 케이블카 논쟁은 무려 18년 전에 시작됐다. 울산시는 지난 2000년 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의사를 밝혔다. 해발 1159m의 신불산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이 당시 울산시의 생각이었다.
소식을 접한 환경단체들은 극렬히 반발했고, 사업은 유야무야 무산됐다. 그러나 케이블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울산시는 이후에도 수차례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갖은 수모를 겪는다. 행정자치부의 중앙투·융자심사에서 세 차례나 반려되고, 환경단체의 반대로 어렵사리 결정한 노선이 변경되기도 했다. 또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자 갈등조정협의회까지 열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럼에도 울산시는 관광산업 확장에 케이블카가 필수라고 판단, 사업을 강행했다. 그 결과 시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마지막 행정절차인 환경영향평가 본안 보고서를 지난달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하고,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협의가 차질 없이 이뤄진다면 올해 하반기에 착공이 가능하고, 2019년에는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무려 18년 동안 추진돼온 케이블카사업의 운명이 갈리는 만큼 협의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 “관광산업 위해 필요” VS 환경단체 “자연 보존 우선”울산에서 빚어지고 있는 케이블카 논쟁은 개발과 보존이라는 가치를 두고 끊임없이 갈등을 빚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경제 파급효과가 연간 539억원에 달하고, 고용효과는 913명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등산이 불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움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추진하는 공공사업이라는 점 또한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가 진행한 케이블카 설치 찬반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많았다는 점도 사업 추진의 당위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개발 논리에 매몰된 울산시가 자연환경 훼손에 앞장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여우를 비롯해 다양한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는 영남알프스에 거대한 구조물을 건설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시가 근거 없는 경제 파급효과를 내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들은 인위적인 구조물을 설치해 동식물을 멸종시킬 것이 아니라 영남알프스 일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떤 결과 나오든 후폭풍 불가피
현재로선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울산시와의 환경영향평가 초안 협의에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울산시는 초안 협의 이후 두 가지 조건은 충족했다. 하지만 나머지 한 가지 조건인 반대단체와의 공동식생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환경단체의 거부로 공동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인데 울산시는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한 채 환경영향평가 본안 보고서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때문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본안 협의에서 부정적 결론을 내놓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후유증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케이블카 설치를 승인할 경우 환경단체의 반발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는 물론, 환경청이 자연 훼손 결정을 내렸다며 거센 반발을 할 것이고, 이에 따른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