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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EEZ 기점을 ''독도''로 발표했는데, 왜 우리는 일 년 뒤에 ''울릉도''로 했나."
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유명환 외교장관을 상대로 지난 94년 유엔해양법협약 직후 한일 양국의 사뭇 다른 대응 방식을 지적했다.
당시 ''배타적 경제수역''(EEZ) 개념이 도입되자, 일본은 96년 발빠르게 자국 기점을 ''독도''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년 뒤에야 ''울릉도''를 우리 기점으로 발표한 사실을 문제삼은 것.
정 최고위원은 "일본이 발표한 그날 저녁 당장 ''독도가 우리 기점''이라고 발표했어야 했다"며 "무슨 연구들을 하시느라 일년 뒤에, 그것도 울릉도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그의 ''공세적 질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3연타''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98년 체결된 신(新)한일어업협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97년 대선 이후 IMF사태로 국제적 지원이 절실하던 상황에서 맺어진 협정인만큼, 시대적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외교부 책임자들은 그 협정을 맺은 뒤에 고기도 더 많이 잡힌다고 얘기해 왔다"며 "그게 사실이라면 일본이 재협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명환 장관은 이에 대해 "그것은 좀 어업에 관해, 물론 이것이…"라며 명쾌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정 최고위원은 즉각 "외교부 책임자들이 전혀 책임감없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며 "직무유기적 태도를 계속 취해도 되는지 염려스럽다"고 질타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당시 협정을 통해 제주도 남쪽 대륙붕 80%를 일본에 넘겨줬다는 지적이 맞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대륙붕은 ''육지의 연장''으로 간주돼 우리가 더 유리한데도, 단순한 거리 개념으로 협상에 임해 일본에 내줬다는 얘기다.
다소 난처해하던 유 장관은 "어로 협정과 대륙붕 협정은 별개"라고 답변했지만, 되돌아온 건 호된 질책이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일본이 영해를 넘어왔다고 어선을 납포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그런데도 영해 개념과 어업 협정이 별개냐"고 다그쳤다. 순간 ''질의 시간 종료''로 정 최고위원의 마이크가 꺼지면서, 유 장관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몽준 최고위원은 지난 7월부터 최고위원회의와 각종 토론회 참석 등을 통해 "신 한일어업협정은 폐기해야 한다"고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들이 다 관심이 있기 때문에 저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지만, 현 정권의 ''잃어버린 10년'' 공세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협정 파기는 오히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논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정 최고위원이 선택한 ''노선''에 힘이 실릴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