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기록 다 깨졌다? 전혀 서운하지 않아
- 고등학생 정현에게 "무조건 100위 갈 것"
- 분위기 탄 정현, 단점 찾아볼 수 없다
- 페더러 이기면 우승도 충분히 가능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형택(전 국가대표, 재단 이사장)
정현 선수가 이 선수의 기록을 하나하나 깨고 있죠. 바로 2000년, 2007년 US 오픈 16강 2번이나 진출했던 이형택 선수. 이형택 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미국에 있습니다. 이형택 선수 안녕하세요.
◆ 이형택>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요즘 정현 후배의 경기를 보는 소감이 어떠십니까?
◆ 이형택> 우선은 굉장히 대견하고요. 사실 이쪽에서 정현 선수의 게임을 보면서 굉장히 흥분되면서 굉장히 뿌듯한 그런 기분을 갖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정현 선수 기록 얘기할 때마다 같이 거론되는 분이 이형택 선수예요. 이형택 선수의 기록을 하나씩 하나씩 깨더니 이제 전부 다 깨버렸습니다. (웃음) 기분이 좋으시면서도 조금은 섭섭할 것 같기도 하고 묘하실 것 같은데요?
◆ 이형택> (웃음) 우선은 이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진짜 솔직한 얘기로 전혀 서운하거나 그렇지는 않고요. 지금 사실 그동안 한 10년 동안 한국 테니스가 침체돼 있었던 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정현 선수가 그런 기록들. 사실 기록도 8강 정도 이런 게 아니라 지금 어떻게 보면 아시아에서도 그랜드슬램 4강 가기가 쉽지 않은 그런 기록들인데. 지금 같은 테니스 인으로서, 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굉장히 지금 정현 선수가 대견하고, 제 기록 깨는 건 아쉽거나 그렇지는 않고요. (웃음) 앞으로 한국 테니스가 한 발짝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어제 경기 후에 공식 기자간담회 했는데 거기서 이형택 선배 얘기를 했어요. '죄송한 부분과 고마운 부분이 반반이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오늘 이형택 선배는 잘해 줘서 고맙다, 대견하다. 이렇게 답가를 했습니다. 그럼 가장 명장면, '이거는 내가 봐도 참 놀랍다' 하는 장면을 꼽아주신다면 어떤 게 기억나세요.
◆ 이형택> 조코비치 선수랑 할 때 그동안에 정현 선수 약간 좀 단점이었던 것이 '포핸드'하고 '서브'였거든요. '백핸드'는 기본적으로 세계랭킹 톱5 안에 드는 굉장히 좋은 백핸드를 갖고 있었고요. 그런데 사실 스트로크 머신이라고 불리는 조코비치 선수 상대를 해서 스트로크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면서 중요한 포인트마다 포핸드에서 조코비치 선수가 발리 들어왔을 때 패싱샷을 보여준 것이 있었거든요. 그걸 머릿속에 남고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예전부터 정현 후배를 보면서 좀 다르다, 남다르다. 이런 생각을 하셨었어요?
정현. (사진=대한테니스협회 제공)
◆ 이형택> 주니어 대회를 한번 같이 데리고 나간 적이 있었어요.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시합을 하기 전에 준비과정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그리고 시합을 하는 태도나 이런 것들이 그때 정현 선수가 시합을 지기는 했는데 제가 끝나고 나서 얘기를 했었거든요. '너는 지금처럼 묵묵히만 하면 100위 안에는 무조건 갈 것 같다. 그 기간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조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성실함 이런 것들을 어떻게 보면 자기의 장점으로 하면서 굉장히 빨리 이렇게 올라설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게 언제 얘기입니까?
◆ 이형택> 그때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1학년 때였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한 열일곱, 열여덟 때인데 지금 22살이거든요. 불과 4, 5년 만에 호주 오픈 메이저 대회의 8강, 4강까지 가게 됐습니다. 참 놀랍네요. 왜 우리가 야구나 축구 보면 분위기 탄다 이런 얘기하잖아요. 분위기가 넘어갔다, 이런 얘기하잖아요. 테니스에도 그런 분위기, 사기 이런 게 있습니까? 타는 게 있습니까?
◆ 이형택> 그렇죠. 테니스가 그런 걸 안 탈 것 같은데 상대성도 굉장히 강한 스포츠고요. 공 하나에 게임의 분위기가 전체 바뀔 수가 있거든요. 또 의사결정이 가장 많은 스포츠가 테니스 거든요. 어떻게 보면 정현 선수가 굉장히 지금 멘탈도 강해졌고 체력적인 부분도 강해졌기 때문에 되게 업-다운이 있을 만한 나이인데도 그런 부분을 감정 컨트롤이나 이런 부분들 굉장히 지금 잘하면서 되게 빨리 습득을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럼 지금 분위기는 정현에게 넘어와 있다, 분위기는 상승세 타고 있다 확실한 거죠?
◆ 이형택> 제가 봐도 정현 선수랑 상대하는 상대편은 굉장히 답답할 것 같아요. 단점을 찾아볼 수가 없는 그런 선수인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정도입니까? 단점이 안 보여요?
◆ 이형택> 우선은 스트로크 머신이라는 조코비치 선수도 정현 선수랑 스트로크 랠리를 하면서의 약간의 답답함을 볼 수가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조코비치가) 어이 없이 언포스트 에러(Unforced error: 자신의 실책,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면서 정현 선수가 그만큼 멘탈적으로 체력적으로 실력적으로 모든 면이 지금 완벽하다라는 그런 분위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분위기를 타고 있는 상황. 그런데 지금 4강에서 만날 선수, 내일 만날 선수는 페더러입니다, 페더러. 사실은 조코비치는 현재 랭킹으로는 한 14위정도 돼요. 그런데 페더러는 현재 랭킹이 2위이고 메이저 대회 19회 우승을 했습니다. 메이저 대회 19회 우승이라는 그야말로 테니스의 역사 전설인데 이 사람을 만납니다. 어떻게 예측하세요?
◆ 이형택> 우선은 사실 페더러 선수는 어느 선수가 붙어도 사실 부담감은 더 있거든요. (플레이가) 단순하지 않고 굉장히 여러 가지의 전술적인 부분들을 펼치는 그런 선수고요. 정현 선수가 아마 즐기면서 할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페더러랑 한다는 그 자체가 아마 정현 선수한테는 굉장히 새로운 그런 경험일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조코비치 선수가 호주 오픈 6회를 우승했던 선수거든요. 그런데 그 선수를 상대로 정현 선수가 전혀 밀리지 않고 이겼기 때문에. 또 조코비치 선수가 페더러 선수도 이겼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정현 선수도 지금 상태로는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반대로 페더러 선수도 정현 선수를 쉽게 상대하지 못 할 거다 그런 생각을 좀 합니다.
◇ 김현정> 이게 예측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승률이라는 거 얘기하잖아요. 승률 몇 퍼센트로 보세요.
◆ 이형택> (웃음) 정현 선수는 50:50 정도로 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저는 한 6:4나 그 정도로 이겼으면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 김현정> (웃음) 저도 똑같습니다. 저는 7:3. 7:3 승률 걸고요. 페더러 이기고 나면 결승까지 갑니다. 결승도 지금 미리 얘기를 해 볼 수 있을까요. 이 정도까지 가능하겠습니까?
◆ 이형택> 원래 정현 선수가 김칫국 먼저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결승까지 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고요. 사실 페더러 선수를 준결에서 이긴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되는 게 아닌가... 그 정도까지 생각이 들 정도로 충분히 우승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주의할 점. 이형택 선수 옆에 정현 선수가 있다고 상상을 하고 ‘너 이거 하나 주의하면 좋겠다’고 후배한테 조언을 한다면 그게 뭡니까?
◆ 이형택> 사실 주의보다도 조금 더 게임을 길게 끌게 가려고 하고 페더러 선수도 그렇고 모든 선수들이 게임 초반에 긴장을 하거든요. 정현 선수 아마 지금 굉장히 긴장되고 하겠지만 또 그것자체도 즐길 수 있는 게 또 정현 선수일 것 같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페더러 대단한 선수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정현 선수 즐기고 기량 발휘한다면 못 넘을 벽도 아니다 이 말씀. 파이팅 한번 외쳐 주세요. 선배의 기를 넣어주세요. ‘정현아’ 하면서.
◆ 이형택> (웃음) 현아, 파이팅.
◇ 김현정> (웃음) 현아, 파이팅. 정현 선수한테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이형택 선수 감사드리고요. 끝까지 응원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 이형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형택 선수 지금은 은퇴를 하고 미국에서 테니스아카데미를 하면서 주니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원장이시네요. 이형택 원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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