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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가상화폐가 '처음 가져본 행복과 꿈'이 되는 세상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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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를 통한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준비 중에 있으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적 있습니까?" (가상화폐규제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12일 오후 서울 중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시세 전광판의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광풍이 일고 있는 가상화폐(가상통화,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1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돌덩이를 두 사람이 돈을 주고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비유했다.

그런데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사실상 투기나 도박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에서 1 비트코인은 새해 들어 한때 2,5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1년 전만해도 1비트코인은 1백만원대 초반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가 유독 심해 해외에서는 '김치프리미엄'(가상화폐가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특히 높은 가격에 유통되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김치프리미엄은 3, 40%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박 장관이 거래소 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이유이다.

문제는 이러한 극약처방이 정부 내에서 충분히 조율되지 않고 나왔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거래소 폐쇄방침에 대해 논란이 일자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거래소 폐지안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고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방침은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 장관의 회견 내용이 알려진 뒤 가상화폐 시장이 대혼란에 빠지고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2,1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1,500만원대로 급락했다가 청와대 발표 이후에야 진정되면서 다시 조금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사진=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투자자들의 항의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가상화폐규제를 반대한다는 한 국민청원에는 12일 현재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청원은 "우리 국민들은 가상화폐로 인해서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가져보지 못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다"며 "부디 대한민국에서 처음 가져본 행복과 꿈을 뺏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국민들은 시대의 흐름상 가상화폐는 4차혁명이 맞다고 판단되기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투자자들까지 불법 투기판에 참여한 사람들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거래소 폐쇄로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블록체인, 가상통화 관련 기술 발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가상화폐 광풍은 분명히 비정상이다.

그러나 이 광풍이 갑자기 지금 불어닥친 것이 아니고 수년 전부터 불어왔다.

대학생 등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가상화폐거래에 빠진지도 오래라고 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비트코인 거래만 들여다보는 '비트코인 좀비'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가 위험하다는 경고만 해왔을 뿐 거래와 관련한 합리적인 규제나 제도마련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대책을 내논 것인데, 관계부처간 조율이 충분히 안된 가운데 내놨다가 다시 거둬들인 모양새다.

이는 처음부터 아예 내놓지 않은 것만도 못하게 됐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운 셈이 됐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는 워렌 버핏과 같은 세계적인 투자자도 위험하다고 만류하고 있다.

이 땅의 많은 국민이 그런 투자를 통해 처음으로 행복과 꿈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행복과 꿈을 갖기 힘든 구조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런 사회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열심히 땀흘리고 일해서 번 소득으로 건강하게 사는 가치가 땅에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바보가 되고 이 땅에는 희망이 없게 된다.

가상화폐 거래자가 3백만명에 이른 시점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개인의 책임문제로만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업 자본화해야 할 자금이 가상화폐 거래로 빠져나가고 거품이 붕괴됐을 때 개인이 입을 손해를 생각하면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박상기 장관의 지적은 타당하다.

정부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김치프리미엄까지 붙은 가상화폐의 비정상적인 투기적 거래에 대한 대책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가운데 하나인 블록체인기술의 발전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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