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식 확인한 것은 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에도 동시에 던진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에서 강릉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 고속열차 안에서 가진 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은 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고, 또 북한 선수단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올림픽 기간에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방안은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곧바로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한미군사훈련 중단 문제는 지금까지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서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작동한 것과 동시에 이번 기회에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에 대한 중국측의 역할을 주문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받은 만큼,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 한반도 긴장수위를 낮출 수 있는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내년 2∼3월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2월 9일~25일)과 패럴림픽(3월 9일~18일) 기간을 전후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두고 그동안 실익을 따져왔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한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에 대한 한미 군 당국간 계획안 논의가 12월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이상 한미군사훈련 연기 여부 결정을 방치할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지난달 14일 유엔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만큼, 앞으로 50여일 남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대북 메시지 성격도 담고 있다.
유엔총회 결의는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후 거의 모든 동·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채택된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 조치이지만, 올해 들어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게 돌아간 것을 감안하면 단순한 상징적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가 그간 만지작거리던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카드를 빼든 것은 북미와 북중간 대화 모멘텀이 좀처럼 형성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최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정세 분석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춘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미국과 북한간에, 한국과 북한간에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복안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나는 이미 미국 측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오로지 북한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언급하며 북한 달래기 모양새를 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한미 군사훈련 연기 카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의 핵동결과 북한이 그간 강조해온 대북 군사적 억제정책 중단을 한 테이블에서 논의하자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북핵 해법인 일명 '쌍중단'(雙中斷)의 초기 단계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중국을 매개로 남북, 북미 대화 모멘텀까지 만들어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청와대에서 녹화돼 같은 달 9일 방영된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1단계로 핵동결을 위해서, 다음 단계로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상응한 조치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응한 조치는 한미 연합훈련 연기 카드로 북한이 추가 도발만 하지 않는다면 핵동결을 위한 1단계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수단을 물론 가족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약속한 만큼, 한미 군사훈련 파트너인 미국 입장에서도 한반도 긴장완화 묘수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럴 경우 북미간 말폭탄에 가까운 상호 비방이 가라앉고, 한반도 정세 전반이 이완되면서 북미가 직접 대화에 나설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까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한다면 핵·미사일 도발 동결을 위한 여유 공간이 생겨 더욱 적극적인 관여 정책을 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