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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행진곡' 제창 불허… 말도 탈도 많았던 '박승춘 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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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정치편향 논란, 국민께 깊이 머리 숙여 사과"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편향된 안보교육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둘러싼 논란까지 사회적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있던 국가보훈처가 19일 머리를 깊이 숙였다.

보훈처가 이른바 셀프감사를 통해 6년 최장수 재임을 기록한 '박승춘 보훈처'의 과거를 고백하고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다.

보훈처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박승춘 전 처장 재임기간 중 일어난 호국보훈 교육자료집 DVD 사건과 함께하는 나라사랑재단 비위사건, 나라사랑 공제회 비위사건, 고엽제 전우회와 상이군경회 비위사건 등 총 5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박 전 처장을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박 전 처장과 최완근 전 차장이 보훈처의 비위행위를 방조하거나 사전 인지하고도 감독 시정하지 않아 보훈단체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보훈대상자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등 정부부처의 수장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것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박승춘 전 처장과 관련 공무원들은 해당 위법 혐의 사항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거나 축소·방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보훈처의 공직 기강은 물론, 향후 우리 보훈 가족들의 생활 안정과 복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심덕섭 보훈처 차장은 "국가보훈처가 과거에 정치편향 논란에 휘말려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을 끼치고 절대다수 보훈단체 회원 여러분의 명예를 실추시킨데 대해 사과를 드린다"며 깊이 머리를 숙였다.

 

보훈처에 따르면 호국보훈 교육자료집(DVD)사건은 지난 2011년 보훈처가 안보교육용 DVD 1천개를 만들어 보훈단체 등에 배포한 사건으로 이듬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DVD가 야당 정치인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정치편향적이고 선개개입 의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보훈처는 해당 DVD를 회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승훈 전 처장은 DVD 제작 비용을 익명의 기부자에게 협찬받았다고 말해 왔지만 지난 10월 국정원 개혁위원회 조사를 통해 이 DVD가 국정원장의 지시로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훈처는 조사결과 박승춘 전 처장의 2011년 취임 이후 나라사랑교육과가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안보교육을 진행하면서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대선개입 의혹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불법적 정치활동과 수익사업 등으로 비위행위가 드러난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와 상이군경회도 이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박승춘 처장이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후 가장 먼저 사표를 내고 물러난데서 알 수 있듯이 박 전 처장이 재임했던 6년 내내 보훈처는 정치편향 논란의 진원지였다.

고엽제전우회 회원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참전 유공자와 민주화 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복지가 주요 업무지만 우편향된 안보교육 등이 정치편향적이라는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정원 조사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이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초대 회장 명의로 펴낸 '대한민국 안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강의교재에는 2002년 대선에서 20~40대는 북한이 바라는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으며, 김일성 체제의 장기 존속은 노무현·김대중 정권과 같은 좌파정권이 재창출되지 않고는 어렵다는 주장이 포함돼 있다.

또 '보수정권이 연장된다면 북한은 내부적 모순과 겹쳐져 자폭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거나 '전시작전권 전환 결정은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과 궤를 같이 하고 있음에도 이를 강행함으로써 북한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등의 안보교육이 학생과 군인 등 수백만명에게 실시됐다.

보훈처가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 시민의식을 확산한다는 목표로 나라사랑교육과를 신설했지만 보수 이념 확산에 골몰했다는 지적이다.

박 전 처장은 육군사관학교(27)를 졸업한 뒤 육군 12사단장, 9군단장, 합동참모본부 군사정보부장, 국방부 정보본부장 등을 역임한 3성장군 출신이다.

2004년 전역한 뒤에 당시 한나라당에 입당했고 이명박 정부때인 2011년 2월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6년 재임기간 내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5.18 기념식 때마다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2013년부터는 3년 연속 보훈처 주관으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되는 공식기념식에 '5월 단체' 등이 불참하며 '반쪽 행사'가 치러지는 파행이 거듭됐다.

이날 보훈처의 감사결과 발표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고백과 사과 박승춘 전 처장에 대한 수사의뢰가 핵심이었다.

보훈처 직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보훈처 안팎에서 지난 정권 내내 모든 직원들이 같이 정책에 동조하고 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기 때문이다.

심덕섭 보훈처 차장은 "보훈처 공무원 전체의 비리가 아니라 일부 공무원과 단체 집행부의 일탈에서 초래된 문제"라며 "공무원 대다수와 보훈단체 회원은 비리와 편향성에 대해 자정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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