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렘보다는 책임 더 무거운 출근길
- 뉴스·시사 정상화, 신뢰 회복 우선
- 'MBC 재건위원회' 통해 쇄신작업
- 보도본부, 새로운 앵커 체제 마련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승호 PD (MBC 신임 사장)
해직 PD가 MBC의 새 사장으로 돌아갑니다. PD 수첩의 간판 앵커에서 MBC 해직 PD로. 그 뒤에는 독립언론 뉴스타파의 PD로. 또 최근에는 다큐멘터리 '자백'과 '공범자들'의 감독으로. 참 많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아온 탐사 저널리스트죠. 최승호 PD가 어제 방송문화진흥회 임시총회 주주총회를 거쳐서 신임 MBC 사장으로 공식선임이 됐습니다. 오늘이 해직 1997일 만의 첫 출근이랍니다. 그런데 사장이 돼서 복직을 하는 셈이네요. 출근길 인터뷰 최승호 MBC 신임 사장 연결해 보겠습니다. 최승호 사장님, 안녕하세요.
◆ 최승호>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사장이라는 호칭 괜찮으세요?
◆ 최승호> (웃음) 어색합니다.
◇ 김현정> (웃음) 축하드립니다.
◆ 최승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어제 밤잠은 주무셨는지 모르겠어요.
◆ 최승호> 네. 잠은 잤습니다.
◇ 김현정> 누가 제일 좋아하세요?
◆ 최승호> 굉장히 많은 분들이 연락 주시고 환영한다는 말씀 주셔서 제가 다 답변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왔고요. 그렇지만 역시 저희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셔서 그 점이 가장 마음은 제일 좋더군요, 역시. 어머니가 좋아하시니까.
◇ 김현정> 뭐라고 하시면서 좋아하세요, 어머님이?
◆ 최승호> 아들이 해고가 돼서 늘 걱정을 하셨죠. 그리고 아버님도 그 사이에 돌아가셨고. 제가 이렇게 사장에, 공모에 응한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도 뭐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시지 않은 것 같아요.
◇ 김현정> (웃음) 설마 될까, 이런.
◆ 최승호> (웃음)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죠.
◇ 김현정> 그랬다가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얼마나. 오늘 사장이 돼서 출근하시는 소감이 어떠세요?
최승호 MBC 신임 사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최승호> 이런 일들이 어떻게 보면 정말 굉장히 극적인데 그동안 우리가 겪어왔던 질곡이 얼마나 대단하게 깊었던 것인가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그런 거죠. 그래서 저희가 하여튼 최선을 다해서 다시 한 번 국민께 보답하는 그런 MBC 문화방송을 만들겠습니다.
◇ 김현정> 지금 그러니까 설렘도 설렘이지만 걱정이 더 많이 되세요, 아침 소감이?
◆ 최승호> 설렘보다는 사실 책임이 무겁죠.
◇ 김현정> 그러니까 1997일이면 내일모레 글피면 2000일이잖아요, 최 사장님. 2000일 만에 복직을 하는데 내가 MBC 사장이 돼서 돌아가리라고 혹시 상상이라도 해 보신 적 있으세요?
◆ 최승호>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저는 사장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지 않았어요. 저는 그냥 프로그램을 하면서 하는 게 늘 즐거웠고 그게 제 천직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됐네요.
◇ 김현정> 실제로 고민도 많이 하셨다고 제가 들었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결심한 이유, 계기는 뭐였습니까?
◆ 최승호> MBC 구성원들, 제 후배들이 원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요. 해고가 돼서 나와서 계속 방송 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약간 상징 비슷한 그런 것들을 갖게 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국민들의 어떤 지지와 응원을 모아낼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있지 않나.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 말씀은 죄송스러운 말씀인데 시중에서는 ‘MBC 참 많이 망가졌다. 과거 명성과는 지금 거리가 멀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해요. 그 MBC 최우선 과제. 최우선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최승호>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생각할 때는 다른 것보다 일단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것.
◇ 김현정> 신뢰 회복.
◆ 최승호>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스 바로 세우고, 시사프로그램 바로 세우고. 그래서 정말 MBC가 과거와 같은 그런 모습이 아니고 정말 국민께 믿음을 줄 수 있는 방송으로 빨리 거듭나는 것.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인적 쇄신 작업도 이게 중요한 작업 아닙니까?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세요?
◆ 최승호> 일단은 인사는 하면 되는 거고요. 여러 가지 많은 권한남용이라든지 부패 사건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책임이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MBC 재건위원회’ 이런. 가칭인데요. 노사 공동의 위원회를 통해서 거기서 그 문제를 좀 다루고 조사도 하고 해서 응분의 책임을 묻도록 해야 되겠죠.
◇ 김현정> ‘MBC 재건위원회’ 같은 곳을 만들어서 그 기구를 통해서 쇄신작업을 해 나가겠다, 인적 쇄신. 그런데 제가 이 질문을 왜 드렸냐 하면 최승호 사장님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 뭐였냐면 MBC뉴스의 앵커를 맡고 있는 배현진 아나운서 거취였어요. 왜냐하면 이게 이분이 과거 MBC의 상징, 갈등의 상징처럼 대중들한테 인식이 되기 때문에 아마도 이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MBC의 배현진 아나운서 또 신동호 국장. 이런 분들의 거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최승호> 제가 생각할 때는 우선 신동호 아나운서 같은 경우는 과거 아나운서국에서 무려 11명의 MBC 얼굴이었던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열 몇 명의 아나운서들이 자기 일을 못하고 부당 전보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저희가 생각할 때는 회사가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현진 앵커는 지금 앵커를 맡고 있는데 그 부분은 보도본부에서 새로운 앵커 체제를 아마 마련하리라고 봅니다.
◇ 김현정> 새로운 앵커 체제라는 말은 그러니까 앵커 교체를 하신다 이 말씀이시군요?
◆ 최승호> 보도본부에서 아마 계획해서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실은 그동안 내부 갈등이 심각했어요. 그래서 MBC분들 만나면 이런 넋두리하시더라고요. 프로그램 질 올리고 시청률 올리는 건 차라리 쉬울지도 모른다. 빨리 될지도 모르는데 조직 내 갈등을 풀고 몇 갈래로 갈라져 있는 조직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일은 정말 쉬운 일 아닐 것 같다는 얘기를 내부에서 하세요. 어떤 사람은 잘리고 어떤 사람은 유배 갔는데 그렇게 보낸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한 공간 안에 있는데 서로 인사도 안 하는 정도의 갈등이다’라는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이거 이 문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 최승호> 제가 조직의 대표로서 진정성을 가지고 한 분, 한 분의 마음에 다가가서 풀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에 앞으로 인사가 나면 간부들이 그분들이 그런 노력들을 저하고 같이 하면서 잘못을 한 사람들에 책임을 묻고 사과하고 그런 과정이 필요하리라고 보고요. 그 과정 속에서 응어리나 이런 것들도 조금씩 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잘못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정확하게 묻고 그분들이 또 사과하고 짐질 게 있으면 짐지고 이런 정확한 과정들이 필요하다 말씀이세요.
◆ 최승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까 말씀하신 재건위원회라는 게 그러면 굉장히 중요한 기구가 되겠네요.
◆ 최승호> 네.
◇ 김현정> 최승호 MBC 신임 사장 지금 만나고 있습니다. 최 사장님, 오늘 기분 좋은 날인데.
◆ 최승호> 사장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웃음) 되게 어색하네요.
◇ 김현정> (웃음) 부르는 저도 조금 어색은 합니다마는 사장님이십니다, 이제. 최승호 사장. 오늘 기분 좋은 날인데 질문들이 조금 무거워서 죄송해요.
◆ 최승호> 괜찮습니다.
◇ 김현정> 무슨 얘기를 또 드리려고 하냐 하면 오늘자 <한겨레> 기사를 보니까 지상파 3사가 모두 재허가 탈락 수준의 점수를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MBC가 제일 낮은 점수 616점 받았대요. 650점 넘겨야지 이게 허가인데. 보셨어요?
◆ 최승호> 기사 봤습니다.
◇ 김현정> 이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최승호> 과거의 경영진들이 했던 잘못으로 인한 추락이죠. 그런 부분들은 빨리 저희들이 회복해서 방통위에 믿음을 드리고요. 국민께 믿음을 드리면 아마 방통위에서도 좀 고려를 해 주시지 않을까. 일단 저희들이 재건 작업을 시작을 해야 되는 상황이고 앞으로 좋아질 거라는 믿음은 가지셔도 좋겠다 이런 말씀드립니다.
◇ 김현정> 그 재건기구는 취임하시자마자 바로 만드실 거예요?
◆ 최승호> 네, 그래야죠.
◇ 김현정> 정치권에서는 말이죠. 어제 최승호 신임 사장이 탄생하자마자 논평들이 막 쏟아져 나왔는데. 자유한국당의 논평이 좀 싸늘합니다. ‘노조를 등에 업은 최승호 신임 사장이 MBC 사장실을 점령했다. MBC가 완전한 노영방송이 됐다. 과연 공정한 인사를 할 건지 보도에 개입하지 않을 건지, 시청률은 얼마나 끌어올릴 건지 국민이 무서운 눈으로 지켜볼 거다.’ 이렇게 논평.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 최승호> 보도에 개입하지 않을 거고요. 시청률 아마 올라갈 겁니다. 그런데 노영방송이라는 이름을 이렇게 붙이는 것은 제가 생각할 때는 조금 적절하지는 않은 표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MBC라는 회사의 특징이 뭐냐 하면 구성원들이 다 주인으로서의 주인의식을 갖고 있었던 회사라는 거죠. 사주가 없는 회사고. 그렇다고 국영방송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걸 노영방송이다 하면 지나친 말이고요. 경영에 대한 판단은 늘 경영진이 해 왔습니다. 노동조합이라는 것은 경영진이 잘못 갈 때 이것은 잘못 가는 거라고 견제하는 역할을 했지 노조가 뭐..
◇ 김현정> 내가 MBC에 복직하면 이런 프로그램 만들고 싶다고 꿈꿔 오신 게 분명히 있을 거예요. 물론 지금 사장이 돼서 돌아오십니다 마는 새로운 MBC에 이런 프로그램 만들어보고 싶다. 어떤 꿈이 있다면?
◆ 최승호> 저는 하여튼 공영방송다운 프로그램들을 해 보고 싶습니다.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또 라디오. 다 ‘공영방송다움’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이고 단순히 시청률만 생각하는 이런 프로그램들보다는 시청률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많이 떨어지면 안 되겠죠. 그러나 그 프로그램에서 뭔가 느낌이 있는 느낄 수 있는 뭔가 주는 게 있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참 묵직한 답변이시네요. 시사교양국이 폐지가 됐거든요. 이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최승호> 시사교양국은 당연히 복원되어야죠.
◇ 김현정> 당연히 복원되어야 한다. 그쪽을 중심으로 해서 아까 뉴스부터 시사부터 바로세우기 작업. 거기서부터 시작이 되겠군요.
◆ 최승호>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최승호 PD가 사장으로서 만드는 MBC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아까 부담이 많이 되신다고 했는데 제가 더 부담드릴 수밖에 없네요.
◆ 최승호> 열심히 하겠습니다.
◇ 김현정>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얼른 출근하셔야겠습니다.
◆ 최승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최승호>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해직 1997일 만에 사장으로 복직을 합니다. 오늘 그 첫 출근길 인터뷰 최승호 사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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