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성 15형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북미 간에 다시 강대강의 대치국면이 조성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5일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은 8일까지 예정된 북한 방문 기간 리용호 외무상과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날 예정이다.
펠트먼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은 북한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북측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간 유엔 고위급 인사의 북한 방문을 요청했고, 지난주 말 그의 방북이 최종 확정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도발 재개에 대해 더 강한 제재와 압박을 준비하는 시점에 맞춰 유엔의 방북이 성사됐다는 것은 북한 나름의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유엔을 통해 이 시점에 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이미 러시아 하원 대표단을 통해서도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지난 30일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러시아 의원들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 무력은 결코 협상 대상이 아니라던 북한의 종전 주장과 달리 협상을 거론한 셈이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으니 이제는 전략적으로 핵보유국 인정을 관철시키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영남 위원장이 러시아 하원 대표단을 만난 날과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이 결정된 날이 모두 핵무력 완성 선언 다음 날인 30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이 유엔을 통해 전할 말도 이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러시아 방북단에 협상을 거론하고, 유엔사무차장이 이번에 북한에 들어간 것은 단기적으로 바로 미국과의 협상의 틀을 열어놓겠다는 것이기 보다는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나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탐색전 차원으로 본다“며, “국면전환을 염두에 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수 통일부 장관정책보좌관도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미국과의 대화 메시지를 던지고,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북한식 탐색적 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펠트먼 사무차장은 방북기간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북한에 전하면서 대화에 나오도록 강하게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그동안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해온 점을 감안할 때, 펠트먼 사무차장은 구테흐스 총장의 방북 문제도 협의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중단돼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가 전달돼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의 길로 복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국 쑹타오 특사의 방북과 달리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의 방북으로 국면 전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