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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리얼] 39분에 한 명씩 사라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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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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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경쟁에 내몰린 10대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뉴스는 자주 접하셨을 겁니다. 취업 전선에 뛰어든 20~30대의 사망 원인 1위 역시 자살이라는 것도 더 이상 놀랄 만한 소식이 아니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애석하게도 비극적인 통계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말도 안 되는 대한민국 자살률은 의외로 중년층 이후 '폭발'합니다. 그중에서도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계층은 중년 남성과 노년 남성입니다.



한 방송사가 뽑은 뉴스 헤드라인은 중장년 남성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갈수록 수명은 늘고, 은퇴는 빨라지고,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관계는 소원해지는 세상 속에서 돈도 힘도 없는 누군가는 자신을 '쓸모없다' 여기고 소리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런 세태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바로 90년대 말 직장 및 가정에서 돈과 힘을 지배했던 중년 남성들이죠.

돈과 힘의 '권세'가 비단 이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업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청년에게는 미래를 일찍이 포기하게 만들고, 돈과 힘이 폭력적인 습성과 결합하면 주변인을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죠. 어쩌면 높은 자살률은 가부장적 가치관이 비이성적으로 자본주의와 맞닿은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14년째 OECD 자살률 1위 한국'

이 머리기사가 언론에서 흔해지기까지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간 정부는 농약의 일종인 '파라쿼트'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최근 들어 마을마다 농약 안전보관함을 설치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가난한 노인들이 충동적으로 자살할 확률은 확실히 조금은 줄어들었죠.

하지만 이제껏 갇혀 살아왔던 이 낡고 답답한 틀 안에서 그 병은 내가 옮을 수도, 옮길 수도 있습니다. 자살은 그 어떤 질병보다 전염성이 강하니까요. 그래서 우리에겐 무엇보다 서로의 궤도를 이해하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듣고, 말하고, 외로움을 토로하고, 다른 사람과 주고받은 상처를 인정하면서 우리를 둘러싼 이 오래된 틀 밖으로 벗어나는 그런 작업 말입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심리 부검'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리 부검은 자살자의 유가족을 면담하고 일기장이나 흔적들을 조사해 자살자가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를 밝혀내는 작업입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볼게요. 핀란드에서는 심리 부검을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맞춤형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한 결과 '20년 후 자살률'이 거의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웃 나라의 1.3%도 안 되는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 예산으로는 실현이 어려워 보이지만요.

하지만 국가적 정책과 더불어 높은 이자율을 낮추고, 신용 불량자를 유심히 보살피고, 고독한 1인 가구와 어깨 걸고 사는 사회를 만든다면 지금과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너무나 복잡하다는 이유로, 개인적인 일이라는 핑계로 애써 외면하려 할 때가 있습니다. 어느 쪽방촌에 방치된 누군가와 말수가 급격히 줄어든 친구와 혹은 '나만 사라지면 다 해결돼'라고 말하는 당신 자신과 진심 어린 대화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도 누군가에게 내 빛을 나눠주며 같이 반짝이며 살아가는 그런 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주에는 스스로 빛나는 별보다 주변의 빛을 받아 빛나는 별이 훨씬 많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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