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해양경찰 등 관계자들이 낚싯배 선창1호를 현장감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인천 영홍도 해역에서 전복돼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선창1호의 탑승자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2015년 돌고래호 전복사고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구명조끼도 상황에 따라 제대로 알고 착용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선실 내 구명조끼 착용'은 오히려 생존에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선실서 착용 후 전복 시 생존확률↓"… 탈출 불가지난 2일 오전 6시 9분쯤 인천시 옹진군 진두항 남서방 1마일(1.6km) 해상에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의 탑승자 22명 중 14명은 전복된 배 안에 갇혔다. 이중 생존자는 3명에 불과했다.
선창1호 탑승자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당국은 이들이 미처 선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구명조끼도 상황에 따라 제대로 알고 사용해야 기능을 발휘한다고 입을 모았다. 잘못된 구명조끼 착용은 오히려 사망확률을 높인다며 '선실에선 구명조끼를 벗고 선실 밖에선 착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배가 전복됐을 경우 물밑으로 헤엄쳐 선체 밖으로 탈출해야하지만 구명조끼 착용 시 부력(浮力)이 생겨 사실상 잠수가 불가하다.
황대식 전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구명조끼의 부력을 이기고서 물 밑으로 헤엄치기에는 일반인은 물론 숙달된 전문가도 힘들다"며 "엄격히 말해 구명조끼는 선내에서 착용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고를 당한 이들 중 송모(42) 씨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작동하지 않은 탓에 선체 틈새로 헤엄쳐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탈출 후 구명조끼 끈을 당겨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송 씨의 형은 선실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황 전 구조본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구명조끼 착용 캠페인을 실시했지만 아직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자료사진)
◇ 현행법엔 제대로 된 명시 無… 해수부 "구명조끼 세부지침 필요"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여전히 이와 같은 내용을 모르고 있는데다 현행법에도 제대로 된 구명조끼 세부 착용사항이 없는 상황이다.
현행 '낚시관리 및 육성법' 29조는 '낚시어선업자 및 선원은 안전운항을 위해 낚시어선에 승선한 승객 등 승선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을뿐 상황별 사용법은 나와있지 않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선창1호와 같은 10톤 미만 소형어선의 경우도 당국은 구명조끼를 '선원실 및 거주시설의 적당한 장소에 쉽고 빠르게 꺼낼 수 있도록 비치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별 대처법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라며 올바른 사용법이 뒤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회장도 "일반적으로 선실 내 의자 밑에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다"며 "배가 충돌 시 바로 가라앉는 것은 아니므로 선실에선 신속히 착용하면 되고 선실 밖에 있을 경우엔 상시 입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철승 목포해양대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법에 세부적인 내용까지 명시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세부적인 착용법 등은 철저한 교육과 지침으로 계속해 안내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양수산부는 구명조끼를 선실에서 입고 있어야 하는가 벗고 있어야하는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세부적인 지침은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소형 어선의 경우 배가 바로 뒤집혀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는 등 대처하기 어렵다"면서도 "선박사고는 다양한 상황이 있기에 각 상황에 대한 안전조끼 세부지침은 연구해야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