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의 오는 1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후보 단일화가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단일화 기류는 홍준표 대표가 김성태(3선‧서울 강서을) 의원을 사실상 지원한 것을 계기로 생겨났다. 경선 개입 논란이 불거지며 '친홍 VS 반홍' 구도가 작동하면서 김 의원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홍 대표의 독설과 '제왕적 당 대표' 비판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일화는 후보들 간 인위적인 짝짓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지 못하면 결선 투표를 하는 관행 때문에 막판 양자구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 반홍 결집은 결선 투표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 대세론 띄우는 김성태 "1차에 과반 넘긴다"
반홍 구도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김 의원은 대세론을 띄우고 있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결선 투표까지 가지 않고 초반에 승기를 잡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선언이다. 한국당의 현재 의원 숫자는 116명이지만, 당원권한이 정지된 배덕광, 김현아 의원을 제외하면 투표 재적 의원은 114명으로 58표 이상을 받아야 1차 투표에서 승리할 수 있다.
김 의원의 차별화 전략은 강한 승부근성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해선 나 같이 전투력이 충만한 사람이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홍(親洪) 혹은 친김무성으로 분류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거리를 뒀다. 그는 "홍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객(客)의 위치일 뿐"이라고 했고, "바른정당을 탈당하면서 김 의원과도 확실히 거리를 뒀다"고도 했다.
홍 대표가 자신을 지원한다는 사실이 우회적으로 알려진 뒤 홍 대표에 대한 당내 반감이 자신에게 덧씌우지는 현상을 피해가기 위한 발언이면서 비박 색채가 강한 김무성 의원과도 거리를 둬 친박계 역시 껴안겠다는 포석이다. 그는 "나는 한 살이라도 나이가 많으면 형님, 한 살이라도 어리면 아우로 깍듯이 모신다"면서 계파를 뛰어넘는 친화력을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 '막말', '사당화’…김성태 대신 홍준표 비판하는 기현상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 (사진=자료사진)
대세론에 맞서 나머지 후보들도 표 결집에 나서고 있다. 홍 대표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만이 결집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주영(5선‧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말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홍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지난 탄핵국면 당시 비박계 의원으로 중심으로 한 비상시국회의가 있었고, 이에 대항하는 친박계 혁신과 통합 모임 있었지만 저는 양쪽의 초청을 모두 거절했다"며 '제3지대 후보론'을 강조했다.
나경원(4선‧서울 동작을) 의원은 "우리 당이 지나치게 제왕적 당 대표 체제로 가는 게 아닌지 굉장히 우려가 크다"면서 "(홍 대표가) 최근 후보들에 대해 코멘트는 상식을 넘는 부분이어서 의아하다. 그것이 사당화 논란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유기준(4선‧부산 서구‧동구) 의원 "보수는 품격으로 신뢰를 얻고 그 힘을 바탕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 대표가 품격의 정치를 거부하면서 당의 품위가 저자거리 난장판에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문종(4선‧경기 의정부을) 의원도 "당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것을 하나로 모아서 당 전체의 힘으로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원내대표에게 필요하다"며 "(홍 대표는) 말을 가려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정책위의장+원내수석' 러닝메이트 짜며 후보 간 교통정리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홍 대표에 대한 반감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중립을 지켰으면 나오지 않았을 비판들이 김성태 의원을 우회 지원한 뒤 '경선 개입' 논란으로 비화되며 증폭되고 있다.
때문에 '친박 VS 비박'의 구도로 치렀으면 어렵지 않게 흘러갔을 경선의 판세도 요동치는 분위기다. 홍 대표 측의 난점은 당초 '반홍(反洪)' 기류에 친박계가 국한됐던 상황에서 당내 중도 성향의 범(凡)친박과 바른정당 복당파 등의 일부 비박계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계파 분류가 다양한 '비(非) 김성태' 의원들의 단일화 기류까지 생겨나고 있다. 당내에선 “친박 색채가 강한 홍문종‧유기준 의원과 범친박-당내 중도-비박 성향의 나경원‧유기준‧한선교‧조경태 의원이 각각 지지 세력을 공유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난립한 후보들은 결국 동반 출마하게 되는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러닝메이트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추려질 것으로 보인다. 계파, 지역, 선수(選數) 등을 안배하는 관례 상 인재 풀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러닝메이트를 구하지 못하는 의원들은 자연스레 후보군에서 배제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옛 새누리당 시절이었던 2013년 친박계 최경환(당시 3선) 의원이 비박계 김기현(당시 재선) 현 울산시장과 짰던 사례가 필승 조합으로 참조되고 있다. 원내대표 후보가 범친박일 경우 비박계 혹은 바른정당 복당파가 좋은 조합인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복당파인 김성태 의원은 바른정당 출신이 아닌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낙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