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군 간부를 양성하는 전문학과가 재학생의 성폭행 혐의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에는 해당 학과 학생들을 학내 행사에 강제로 동원하는 등 상명하복식 군기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몇년 전 군 간부를 양성하는 부산 모 대학 군사학과에 입학한 A씨는 학기 초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학 차원에서 주최하는 한 행사에 학과 학생들은 빠짐없이 참석하라는 공지사항이 내려온 것.
행사는 공지 당일 늦은 오후에 열리는 강사 초청 특강이었다.
별다른 사전 공지도 듣지 못한 A씨는 이미 개인적인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예외없이 전원 참석하라"는 불호령에 울며 겨자먹기로 약속을 취소하고 강의에 참석해야 했다.
제복을 갖춰입고 2시간 가까이 강의를 들은 A씨는 또 한 번 놀랐다.
학과 전 학생이 참석해야 한다는 공지와 달리 자리를 채운 것은 자신을 비롯한 저학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당시 강의를 들은 100여 명의 학생 가운데 군사학과 1~2학년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A씨는 "당시 자리를 채운 학생들 가운데 거의 절반인 50여 명이 군사학과 1~2학년이었고, 상급생은 거의 없었다"며 "학과 특성상 규율이 엄격해 단체 행동이 쉽고 제복을 입은 모습도 눈에 띄기 때문에 동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군사학과에 대한 '행사 동원령'은 한 달에 1~2번씩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군사학과 학생들은 학내 스포츠 행사에 강제로 참석하거나, 반대로 불참을 강요받는 등 군대와 다름없는 '상명하복'식 문화가 이미 널리 자리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예비군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군사학과는 군 장교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교육 기관일 뿐, 군 조직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별도의 제복을 갖춰입고 단체 규율에 맞춰 생활하는가 하면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가 널리 자리 잡고 있어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과 측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일 뿐 강제성은 전혀 없었다고 반발했다.
학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기계발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특강을 듣는 경우는 있었지만 인원을 채우기 위해 학생을 동원하거나 강제성을 띤 공지를 한 적은 전혀 없었다"며 "학생들에게 행사 참여를 강요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