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내진율 약 20%…학교도 25%수준
- 작년 경주 지진 이후 내진 인식 개선
- 현재 기준은 선진국 수준, 잘 지키는 게 중요
- 상하수도 등 '라이프라인' 도 신경써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태형 (건국대 인스라시스템공학과 교수)
그제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 인터넷상에서는 '우리 집 내진설계 간편조회 서비스'라는 페이지가 꽤 오랫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있었습니다. 이게 서울시 건물들의 내진설계 여부를 알려주는 페이지인데요. 서울시의 60만여 개 건물 가운데 절반만이 내진설계가 돼 있더군요. 그렇다면 전국적으로는 어떨까요. 여러분이 사시는 그 집은 안전한 걸까요. 이분과 함께 짚어보죠. 한국 지진공학회의 회원이세요. 건국대학교 인프라시스템공학과 이태형 교수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이태형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태형>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교수님 댁은 어떻게 내진설계가 돼 있습니까?
◆ 이태형>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은 2002년에 지어져서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저도 어제 간편조회 시범서비스 들어가봤는데 저는 '확인이 어렵습니다'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그런데 이게 어떤 건물은 되어 있고 어떤 건물은 내진설계가 안 돼 있고 기준이 뭡니까?
◆ 이태형> 이게 우리나라에서 1988년부터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도입을 했는데 그 당시에는 6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 적용을 했어요.
◇ 김현정> 88년에 6층 이상 건물은 내진설계를 해라?
◆ 이태형> 네. 그리고 그게 확대가 된 게 5층 이상으로 확대가 된 게 2005년에 확대가 됐고 점차 3층 그리고 작년에 경주 지진 이후에 2층 이상은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정이 강화가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88년 이전에 지어진 6층 이하…88년 이전에 지어졌거나 88년이 넘어서도 6층 이하의 건물이면 내진설계가 안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큰 거네요?
◆ 이태형> 네, 5층까지는 내진설계가 안 된 거죠.
◇ 김현정> 그렇네요, 그렇네요. 지금 들으시는 분들 중에 우리 집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이것들 아마 파악하고 계실 텐데 지금 손으로 셈하고 계실 텐데 전국적으로 실태가 파악된 게 있습니까?
(사진=건축도시정책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 이태형> 국회의원들께서 조사를 하는데 올해 7월 기준으로 해서 전국의 내진 대상 건축물 중에서 20% 정도가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걸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에 저층 건축물들이 많아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5층 이하의 건물들도 많았고 특히나 3층 이상을 포함한 건 몇 년 안 되기 때문에 이번에 포항에서 사고 났던 필로티 건물, 빌라들. 이런 것들이 동수는 굉장히 많거든요. 그래서 이 내진 비율이 떨어지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규정이 바뀐 후에 지었는데도 안 지켰다 그런 얘기가 아니라 이미 규정이 강화되기 전에 지어진 건물이 워낙 많다 보니까.
◆ 이태형>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의 내진설계 기준으로 보자면. 지금 현재 기준으로 보자면 한 20%밖에 만족하는 게 없다. 그래요. 일단 그러면 하나하나 좀 보죠. 지금 정도의 내진설계 기준이면 앞으로 지어질 건물들은 괜찮겠습니까? 아니면 더 강화해야겠습니까?
◆ 이태형> 설계기준 자체를 보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제시되어 있는 건축구조 기준에 맞춰서 설계를 한다면 건축물의 규모와 상관없이 문제가 없어요. 지진이 와도.
◇ 김현정> 지금 정도의 기준이면 상당히 강화가 돼 있다.
◆ 이태형> 기준 자체는 선진국 수준으로 저희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설계하고 그대로 시공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미 기존에 지어진 건물들. 말씀하신 대로 80%가 다 그렇게 강화된 내진기준에 맞춰져 있지 않은데 이 건물들은 어떻게 합니까?
◆ 이태형> 그런 것들이 '내진보강'이라는 걸 해야 되는데요. 내진 성능을 평가해서 지금 기준보다 어느 정도 모자라다 이런 것들을 파악하는 절차가 있거든요. 그래서 부족한 것들이 발견되면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내진 보강공사를 해야 됩니다.
◇ 김현정> 내진 보강공사. 이게 가능한 거예요?
◆ 이태형> 그게 기술이 있고요. 그런 것들이 연구가 많이 돼서. 실제로 예를 들면 우리나라 지금 학교 건물 같은 것들은 내진 보강공사를 꽤 진행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래요. 학교 얘기가 나왔으니까 학교 건물 얘기부터 풀어가보죠, 그러면. 이번에 크게 이슈가 된 게 두 가지 정도입니다. 오늘 다 짚어볼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한 두세 가지 정도가 크게 논란이 됐는데 하나가 '학교' 건물. 하나가 '필로티' 구조. 여기들이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대학교 외벽 무너진 것들 동영상 보고 많이 놀라셨을 테고. 또 고등학교에 건물 균열 발생한 것들도 많이 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학교를 특히 이번에 주목을 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실제로 학교 건물이 다른 건물들에 비해서 내진율이 떨어지는 건가요?
◆ 이태형> 실제로 아까 전국적으로 20% 정도가 내진설계가 돼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학교 건물만을 보면 약 25% 정도가 내진율을 보유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러면 평균이랑 비슷비슷하네요.
◆ 이태형> 크게 떨어지는 건 아닌데 저희가 학교 건물을 집중하는 이유는 일단 어린 아이들, 학생들은 저희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되는 대상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요. 미국, 일본 같은 데서는 학교 건물이 대피소로 쓰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호가, 잘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건물이다 보니까. 그런 이유로 학교 건물에 저희가 주목하는 거고. 특히나 2008년에 중국에 쓰촨성 지진이 크게 났는데 그때 학교 건물이 무너진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다치고 했기 때문에 그때 이후로 학교 내진 보강을 시작을 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2008년 쓰촨성 지진 때. 그 학교 여러분 기억하실 거예요. 아이들이 다 묻혔었던. 그런데도 아직도 25% 수준밖에 안 됐어요?
◆ 이태형>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재원을 확보하는 게 힘들었고요. 그리고 학교라는 게 특수성이 방학 때만 이 공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 있어서 추진이 더뎠던 것 같고요. 전체적으로는 내진 보강 같은 게 지진이 오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게 좀 예산 배정에서도 늦춰지고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경주 지진 이후로 그런 것들이 많이 탄력을 받기는 했죠.
◇ 김현정> 또 하나 이번에 눈에 띈 것이 필로티 구조 건물들이었어요. 기둥이 무너져 있는 충격적인 사진들이 막 돌아다녔거든요. 이 구조가 지진에 더 취약한가요, 어떤가요. 교수님.
◆ 이태형> 구조형식이 필로티는 내진설계를 하는 데 있어서 취약한 그런 구조 형식에 속합니다.
◇ 김현정> 역시 우리가 그냥 막연히 생각하는 그게 맞군요.
◆ 이태형> 네, 우리가 봐도 하체가 좀 부실해 보이는 그런 형식의 구조이기 때문에 지진에 취약합니다, 구조 자체가.
◇ 김현정> 그러면 아까 말씀하신 그 내진설계 기준이 지금 강화된 내진설계 기준이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럼 그 기준 하에 라면 필로티 구조는 이제 더 이상 못 짓는 것 아닙니까?
◆ 이태형> 우선적으로 이 건축 구조 기준을 보면 필로티는 좀 피하도록 하는 게 좋은데요. 아무래도 이 건축물이라는 게 말씀하신 것처럼 사용성이라든지 아래 주차를 해야 되거나 윗층에 저희가 필요한 공간이 많을 때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2층 공간 확보를 위해서 필로티를 어쩔 수 없이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진설계를 하는 데 피하면 좋은 형식이기는 하지만 기둥 보강을 잘하거나 설계를 제대로 하면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 김현정> 가장 좋은 건 필로티 구조 하지 않고 그 앞에 주차장을 따로 확보하는 거지만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 볼 때는 어떤 건물 지으려면 주차장이 일정 공간 이상 반드시 확보가 되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가 없으니까 필로티라는 것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진설계를 2배, 3배 더 철저히 해야 된다 이 말씀이세요.
◆ 이태형> 맞습니다. 그리고 건축 기준에는 그렇게 명시가 되어 있고요.
◇ 김현정> 가능은 합니까? 더 철저히 한다는 게?
16일 포항 장성동 한 건물의 기둥들이 지진으로 인해 부서져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이태형> 기준에 나와 있습니다. 설계기준에 자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그걸 설계기준을 잘 따르면 되는데 이번에 지금 현재 한국지진공학회 회원들하고 토목학회 회원들 이런 분들이 전문가들이 내려가서 점검을 하고 계시거든요. 특히 장성동에 사고가 났던 이런 필로티 건물들 가서 조사를 해 봤더니 이게 아무래도 내진설계 기준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들이 발견이 된 모양이에요. 특히나 심하게 부서진 그런 것들. 또 기사에는 잘 안 나오지만 그분들이 조사하고 올려놓은 사진들을 보면 바로 옆에 있는 똑같은 형식의 필로티 구조물인데 멀쩡한 구조물들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똑같은 구조인데도?
◆ 이태형>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모양이 약간 다르거나 아니면 기둥의 사이즈가 다르든가 그 안에 있는 철근의 배치가 다른 겁니다. 내진설계 기준을 잘 따르면 그렇게 멀쩡한 거죠. 바로 옆에 있는 데도요.
◇ 김현정>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러니까 필로티 구조의 내진설계를 강하게 한다는 얘기는 기둥을 심기는 심되 조금 더 굵게 한다거나 그 안에 철심을 더 넣는다거나 철심의 모양을 어떻게 한다거나 이런 방법들이 있군요?
◆ 이태형> 그런 상세한 규정들이 있습니다.
◇ 김현정> 잘만 따랐으면 이번 우리가 본 사진처럼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다?
◆ 이태형> 네.
◇ 김현정> 일단 피할 수 있다면 피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지금의 내진설계 기준을 잘 지켜서 그대로 따라야 한다 이 말씀이세요. 알겠습니다. 학교하고 필로티 얘기를 해 봤습니다. 오늘 시간관계상 하나하나 다 짚어볼 수는 없겠습니다마는 이번에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그 궁금증들은 풀어주셨어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 이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전문가로서 뭐가 더 필요하다고 보세요?
◆ 이태형> 이번 지진은 특징이 구조적인 손상을 많이 줬어요. 이번에 말씀하신 필로티라든지. 또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상수도가 파열된 데가 있었고요. 전기가 단절된 곳도 있었고 또 우리가 '라이프라인'이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우리 인간 생활하는 데. 그리고 복구하는 데 꼭 필요한 그런 것들이 있거든요. 도로, 전기, 가스, 상수도, 하수도 이런 것들이 중요한데 이런 것들도 손상을 입었어요. 그래서 내진설계가 그대로 시공이 잘될 수 있는 이런 절차, 검증하는 제도. 이런 것들을 마련해야 되고요. 그리고 또 라이프라인에 대한 대책도 우리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번에.
◇ 김현정> 상하수도라든지 전기라든지 이런 라이프라인이라고 불리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무슨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우리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들이 튼튼하게 돼 있는지도 점검하고 가자 이 말씀이세요.
◆ 이태형> 네.
◇ 김현정> 기존의 건물들 어떤가요? 제가 또 오래된 집에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마는 기존의 건물들 어떻게 할 건가 이 과제가 좀 큰 것 같아요.
◆ 이태형> 그래서 국토부나 행정안전부에서 그런 지원책을 많이 마련하고 유도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세제혜택을 준다든지. 그런데 이게 지진이 나지 않으면 무용지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 김현정> 당장에 눈에 띄지 않으니까, 지진나기 전까지는.
◆ 이태형> 거기에 비용을 지불하는 걸 꺼려하죠.
◇ 김현정> 돈을 안 쓰는 거죠.
◆ 이태형> 그런데 이번에 지진을 겪으면서는 인식이 좀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여기까지 말씀 나누죠. 교수님, 고맙습니다.
◆ 이태형> 감사합니다.
◇ 김현정> 건국대학교 인프라시스템공학과 이태형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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