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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아동 심리, 임신상태 취약성 간과한 대법원 판결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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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임신까지 시킨 피의자가 무죄라니…

- '피해자 길들이기' 수법인 '그루밍', 아동대상 성범죄 특성!
- 외형상 동의로 보이지만 실제는 그루밍 피해 다수
- 전체 78건 중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 34건. 6년간 지속된 사례도 있어
- 현행 형법상 의제강간 연령 만13세 미만, 중학생도 보호 못 받아
- 외국 사례 등 감안해 만 18세 미만으로 조정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7년 11월 09일 (목)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현숙 대표 (탁틴내일)

◇ 정관용> 자신보다 27살이나 어린 여중생을 임신까지 시켜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연예기획사 대표. 여러분, 기억하시죠? 5번의 재판을 거치면서 성폭행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이렇게 주장했었는데 결국 그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오늘 최종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내려졌네요. 관련 시민단체들은 법원이 아동청소년 성폭행 범죄의 특성을 무시한 판결을 내린 거다,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데요. 여성아동청소년 인권보호단체입니다.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를 연결하죠. 이 대표님, 안녕하세요.

◆ 이현숙>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게 벌써 오래전 2011년 벌어진 일이죠? 어떤 일이었죠?

◆ 이현숙> 2011년도에 연예기획사 대표가 여중생에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고 접근을 해서 성폭력하고 임신까지 시켰던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2011년 때 중학생이던 그 피해자는 지금 성인이 됐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1심, 2심에서는 실형을 선고 받았는데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돼서 다시 고등법원 왔다가 대법원 재판이 오늘 끝난 거죠?

◆ 이현숙> 네, 맞습니다.

◇ 정관용> 1심, 2심은 몇 년씩 실형을 선고했었죠?

◆ 이현숙> 1심에서는 징역 12년을 선고했었고요. 2심에서는 징역 9년을 선고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다가 대법원에서 이건 무죄로 봐야 된다라고 하게 된 배경이 뭐였습니까?

◆ 이현숙> 일단은 유일한 증거인 그러니까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들이 편지로 주고받았던건데 거기에 있는 것들이 자발적으로 쓴 것 같다, 강요해서 쓴 거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것들 때문에 가해자가 주장했던 서로 사랑했다, 동의했다 이런 것이 받아들여져서 그것 때문에 파기가 되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이제 오늘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된 것도 똑같은 배경인 거죠?

◆ 이현숙> 그렇죠. 고등법원에서 판결한 것에 대해서 재선고했는데 그걸 파기 환송했습니다.

◇ 정관용> 이현숙 대표께서는 법원의 이 판결 어떻게 보십니까?

◆ 이현숙> 우선은 가장 큰 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특성을 법원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그루밍수법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그에 대한 연구도 많이 전개되었고요.

◇ 정관용> 그루밍이요? 그루밍이 뭐죠?

◆ 이현숙> 그루밍이라고 하는 건 성착취를 수월하게 하고 범죄의 폭로를 막으려는 목적을 갖고 신뢰를 쌓거나 성적인 가해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대외환경이나 사회적인 환경이 취약한 아이들한테 다양한 통제의 조정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그루밍인데요. 실제 얘기한다면 피해자로 길들이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동대상 성범죄 특성들은 외형적으로 동의한 것 같고 폭행, 협박이 없었던 것처럼 보여지지만 사실상 맥락을 보면 그렇게 길들여지는 과정들이 있었던 거죠.

◇ 정관용> 피해자로 길들이기. 그러니까 이 사건에 당시 중학생 피해자도 피해자로 길들여졌기 때문에 그런 사랑한다는 문자, 많이 보고 싶다는 문자 이런 것들을 수시로 보내게 된 게 다 그 결과다 이런 겁니까?

◆ 이현숙>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피해자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성폭행 피해를 당했을 때 수치심도 많이 느꼈었고 또 그런 걸 부모님한테 얘기하기 어려운 그러한 어려움들이 있었고요. 또 두려움도 굉장히 컸었고 거기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계속 그 과정이 지속되었던 것이 있었고요. 또 거기다 임신까지 하게 되니까 더더욱 부모님한테 임신한 사실을 들키는 게 두렵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가해자 집에 갈 수밖에 없었던 그런 과정들인데 그런 과정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단지 자기 발로 가해자 집에 갔다고 동의했다고 보는 것도 사실 이해가 안 되고요. 사실 처음 시작은 성폭력이 분명한데 그런 것들이 간과됐다는 것도 사실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런데 아무튼 법원은 지금 방금 언급하셨던 것처럼 본인 발로 가해자 집에 찾아가 동거에 동의한 점 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그 가해자를 매일 면회를 한 점 그리고 수백 차례에 걸쳐서 무슨 메신저나 이런 걸로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다,함께 살고 싶다 그리고 호칭은 자기나 남편 이런 것들을 사용한 점 이런 것들로 봤을 때 이건 강요나 협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성에 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판단했거든요. 이 점 어떻게 보세요?

(사진=탁틴내일 제공)

 

◆ 이현숙> 그러니까 이러한 것들을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있는데요. 오랫동안 납치당한 상태에서 가해자에 대한 연민을 느끼거나 이런 것들이 사실 피해자한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거든요. 특히 이러한 경우처럼 취약하고 가해자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한다면 그 의존성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또 피해자 같은 경우는 일관되게 얘기하는 게 그 가해자의 요구에 의해서 썼다라고 계속 얘기를 하고 있고요. 사실 가해자 같은 경우에도 그런 것을 요구했다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어요. 단지 화를 내거나 힘을 가했거나 이렇지 않았다고 했을 뿐이지 그것을 요구했다라고 부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신에 쓰여진 내용이나 이것을 볼 것이 아니라 그때 당시 피해 아동의 심리상태라든지 임신한 상태의 취약성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혹시 아까 언급하셨던 피해자로 길들이기라는 그루밍과 관련된 통계가 있습니까?

◆ 이현숙> 저희 탁틴 내일 아동성폭력상담센터는 주로 청소년 성폭력 피해사건을 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저희한테 접수된 그 면접상대, 오랫동안 상담이 지속되던 사례들을 분석해 봤더니 전체 78건 중에 그루밍에 의한 성폭력이 34건으로 34. 9%였고요. 그리고 사실 14세에서 16세 중학생 대상이 44. 1%로 가장 취약했어요. 그리고 그루밍 피해의 특성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회에서 길게는 6년 이상 계속 지속되었던 특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정관용> 거의 절반 가까운 상담사례가 이런 그루밍에 의한 사례였다.

◆ 이현숙> 그렇습니다.

◇ 정관용> 조금 구체적으로 몇 가지 예만 들어주시면 어떤 것들이죠?

◆ 이현숙> 그러니까 주로 예를 들어서 학원이나 학교 교사가 진로 교사로 상담을 해 준다면서 접근을 한다든지 아니면 다른 아빠들도 이렇게 한다라고 해서 친아버지가 성적인 접촉을 한다든지 아니면 왕따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한테 대화상대가 되면서 친밀함을 형성해 준 다음에 접근을 한다라든지 아니면 악기 같은 걸 가르쳐주겠다, 부모님 몰래 용돈을 준다든가 수법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 정관용> 지난번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 판결이 나왔을 때 그때 시민들이 이거 안 된다. 실형 살도록 해야 한다, 10만 명 서명운동까지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 이현숙> 그랬습니다.

◇ 정관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최종 확정됐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현숙> 우선은 일단은 지난번에 대법원의 그 결정됐던 사안들을 번복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저희 생각에는 이런 부분들이 보완될 수 있으면 다시 재발하지 않으려면 법이나 제도가 좀 더 많이 개선돼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법과 어떤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 이현숙> 가장 큰 것은 현재는 의제강간 연령이라고 해서 합의하에 성관계 했어도 성폭력으로 처벌하는 연령 기준이 우리나라가 되게 낮은 편이거든요. 만 13세 미만의 아동들만 보호를 할 수 있고 만 13세가 넘어가면 서로 사랑했다고 주장하게 되면 처벌하기 어려운 그런 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그 국제사회에서는 그 성적 동의 연령이라고 해서 그 기준을 18세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고 저희들이 자료를 조사해 봤을 때 평균적으로 만 16세 이상인 걸로 나타나고 있었고요. 실제로 13세 기준을 가진 나라가 몇 안 됐었고 일본 같은 경우도 저희랑 똑같이 13세이기만 하지만 지자체에서 조례로 18세로 하고 있는 지자체가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13세인 나라는 거의 없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상향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혹시 그런 만 16세나 18세로 올리자라고 하는 취지의 법 개정안 같은 건 아직 국회에 나간 바 없습니까?

◆ 이현숙> 있었습니다. 지난 회기 때도 발의가 됐었는데 결국 통과가 안 돼서 폐기됐고요. 이번에도 새롭게 발의돼서 올라가 있기는 한데 아직 통과가 되지 않았습니다.

◇ 정관용> 이게 왜 통과가 안 될까요?

◆ 이현숙> 일단은 그게 여러 가지 논쟁점들이 있는데요. 미성년자 간에 일어난 건 어떻게 할 것이냐 아니면 어저께까지는 둘 다 미성년자였는데 한 사람이 생일이 빨라서 성인이 돼버리면 어떻게 할 것이냐. 연령의 차이고. 하여간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어서 이게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 연령이냐 이런 것들이 어려운 측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하지만 국제적 기준으로 봐서는 우리가 너무 낮다, 그거로군요?

◆ 이현숙> 너무 낮고요. 예를 들어서 플로리다주인가 거기는 24세 이상의 성인이 18세 미만의 아동과 성관계를 하면 폭력으로 처벌한다든지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들을 가지고 있는 곳들이 많이 있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조금 더 집중논의를 해서 국회에서 뭔가 법개정이 좀 빨리 이루어져야 될 필요가 있겠군요.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이현숙>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탁틴 내일의 이현숙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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