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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 저리가라…악랄 해고하려다 국립 서울대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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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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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납부 등 잔심부름까지…거대로펌까지 붙였지만 부당해고 판결

국립 서울대가 최고 명문 대학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황당한 해고 절차를 진행해 망신을 자초했다. 비학생조교를 해고하면서 계량적 지표 대신 주관적 판단만 들이 밀며 억지를 부리다 대형 로펌을 선임했음에도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것이다.

서울대에서 교무 등 행정업무를 맡는 비학생조교로 2015년 9월부터 일한 A씨는 정규직 전환 불과 하루 전 날인 지난 8월 31일 자로 해고 됐다. 현행 기간제법에 따라 A씨는 기간 만료 뒤 무기계약직으로 임용될 예정이었지만, 재임용 직전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서울대가 정규직 전환 '하루 전' 해고

기계 부품을 갈아치우듯 정규직 전환 직전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 하는 것은 사기업에서 공공연한 일이 됐지만, A씨는 국립 서울대에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나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A씨는 "정규직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거나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는 소소한 휴식들이 저에게는 누려볼 수 없는 사치였다"며 "상사 개인의 전기요금을 납부하거나 커피타기 등 잔심부름까지 하면서 '나는 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비정규직 처지라 죽도록 일만 했다"고 말했다.

◇ 전기요금 납부 잔심부름까지…똑같이 일했지만 절반 가까이 깎인 점수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서울대의 해고 과정이 '묻지마'식 깜깜이였다는 점이다. 2년차 교육학사인 A씨는 학내 규정에 따라 5년 동안 매년 재임용 절차를 받는데, 지난 해에는 100점 만점에 83.3점이었던 평가점수가 이번에는 49점으로 뚝 떨어졌다. 재임용 기준이 70점인 것을 감안하면, A씨는 막중한 업무량에도 묵묵히 일했을 뿐 아니라 앞서 1년 높은 업무 성과를 보였다.

A씨가 소속된 학과의 업무 46개 가운데 어둡게 표시된 33개가 A씨 몫이다. 여기에 더해 A씨는 상사의 작업을 대신 해 해당 상사에게 메일로 제출하라는 지시도 일상적으로 받았다. (사진=윤지나 기자)

 

그럼에도 평가 점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이유는 결론에 끼워 맞추기 쉬운 주관적 기준 때문이었다. 심사는 A씨가 속한 학과의 평가 50점과 본부 조교운영위원회 평가 50점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전공 및 학위의 연관성을 따지느라 변수가 없는 본부평가 부분을 제외하면, 계량화가 어려운 평가 항목만 남는다.

재임용 탈락 사유가 된 심사 결과. 숙지도, 전문성, 성실성, 신속성 등 철저히 주관적인 지표에서 A씨는 10점 만점에 2점을 받았다. 전년 평가에서는 8점을 받았던 항목이다. 10점 만점으로 평가됐던 정보화능력은 2점이 됐다. (사진=김동빈 기자)

 

재임용 여부가 전적으로 현장 책임자의 판단에 달린 셈이라, 비슷한 처지의 비학생조교들은 부당한 대우에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비학생조교들은 성낙인 서울대총장과 근로계약을 맺지만 서류 상일뿐, 임용부터 인건비 지급까지 전 과정이 모두 단과대학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서울대 본부는 관리감독을 포기하고 책임을 떠넘긴 구조다.

◇ "권력관계 밑바닥" 비학생조교는 완전한 먹잇감, 본부는 '관리감독 부실' 인정

서울대가 이런 식으로 비학생조교를 십수 년간 활용해 왔음에도 재임용 탈락에 대한 소명 제기절차가 전무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단과대 차원에서는 심지어 재임용에 탈락한 비학생조교들로부터 그간 소명포기각서까지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진수 노무사는 "안그래도 비정규직의 지위는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직접 지시를 하는 단과대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보니 비학생노조는 현장의 상사에게 어떻게든 잘보여야만 하는 구조"라며 "같은 비정규직이고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고 해도, 본부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노동자와 A씨의 근무조건은 천지 차이가 된다"고 말했다.

A씨가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자 해당 단과대는 "업무성과가 낮아 해고했을 뿐"이라며 수임료가 높기로 소문난 5대 로펌 가운데 한 곳을 선임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이윤 창출이 목적인 사기업 저리가라 식의 해고였지만, 방식이나 절차가 객관성을 상실한 막무가내 식이었기 때문이다.

한규섭 서울대 대외협력처장은 그간 비학생조교직을 기간제로 고용한 뒤 쉽게 해고하는 일이 관행처럼 반복됐음에도 대학 차원의 관리 감독이 전무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한 처장은 "그동안 단과대가 독립적으로 비학생 조교들을 채용하면서 기본적인 개념이 없었다"며 "사회분위기가 바뀌고 문제제기가 되면서 정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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