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한인섭 위원장 페이스북 글 일부 (사진=페이스북 캡처)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임은정 검사가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자,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한인섭 위원장은 "사필귀정"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반겼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1일 임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징계 처분을 받은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해당 판결이 알려지자 한인섭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의 양심과 소신을 꺾으려는 검찰권력의 시도가 실패하고 검사의 이의제기권 보장의 길을 활짝 열었다"며 "사필귀정"이라고 평했다.
한 위원장은 "1·2심에서 패소했으면 물러서야지 엄청난 분량의 상고 이유서를 쓰면서 억지 부린게 통하지 않았다"고 법무부를 꼬집은 뒤, "5년간 검찰직을 떠나라는 압력을 이겨냈다"고 임 검사를 추켜세웠다.
임은정 검사 (사진=페이스북 캡처)
한 위원장은 과거사 재심 사건 당시 임 검사가 겪었던 부조리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임 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뒤 반가를 쓰고 1시에 외출하자, 법무부는 '오후 반가는 2시부터 6시'라며 임 검사에게 근무지 이탈로 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보통 오후 반가를 신청하면 점심시간에 나와서 외출하는게 상례"라며 "교훈은 '찍히면 끝이다 알아서 기어라'라는 것. 정말 치사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 검사 이것저것 문제 많아' 이런 뒷소문도 슬슬 흘려가면서 다른 검사들은 임 검사 근처도 못가게했다"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관료체제는 이렇게 꼼꼼하게 옥죄어 자기들 적폐체제를 만들어갔다"고 직격을 날렸다.
마지막으로 한 위원장은 "치사한 건 개별 사례를 통해 전체에게 위축 분위기를 전파시키는 짓"이라며 "그런 엄혹하고 꼼꼼함을 돌파해낸 두 인물. 윤석열, 임은정"이라고 덧붙였다.
임 검사의 승소 판결에 이어 한 위원장이 밝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온라인상으로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임 검사님 수고 많으셨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페이스북 이용자 '김**'은 "당연한 건데 그래도 참 반가운 소식"이라며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에도 한결같이 노란리본을 걸고 계신 검사님이었다. 더 큰 역할을 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김***'은 "당당한 임 검사와 윤석열 검사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며 "각 분야에 이런 분들이 있어야 나라가 반듯해진다. 요즘 살 맛 난다"고 전했다.
'강***'은 "1시간 더 일찍 나갔다고 징계한다면 검사 전원을 조사해서 똑같이 적용하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별거 아니라고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하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편, 임 검사는 2012년 윤중길 진보당 간사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법원이 알아서 선고해 달라'는 상부의 백지구형 지시를 거부하고, 재판 당일 다른 검사가 들어오지 못하게 법정 문을 잠근 뒤 무죄를 구형해 징계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