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양심 학자'…일본선 '매국노'로 불리죠"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2017-10-26 10:22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독도의 날 특집 ③]독도 진실 알리는 일본인 학자와 재일교포들

글 싣는 순서
[독도의 날 특집 ①] 92세 재일교포 일본에서 독도를 외치다
[독도의 날 특집 ②] 열도 깨우는 죽비소리 '나라도 외쳐야죠'
[독도의 날 특집 ③]독도 진실 알리는 일본인 학자와 재일교포들

일본 오사카 부 야오 시 한국인 회관에서 만난 '죽도의 날을 다시 생각하는 모임' 활동가들.

 

일본에서 독도의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자 횃불을 든 모임이 있다.

시마네 현이 제정한 '죽도의 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13년 4월 만들어진 '죽도(다케시마)의 날을 다시 생각하는 모임'이다.

일본에서 처음 구성된 죽도의 날 규탄 민간단체로 재일교포와 일본인이 함께 활동한다는 데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재일교포 윤영하(92) 씨를 비롯한 재일교포들과 독도를 연구하는 일본인 학자들이 주축이 됐다.

설립 당시 90여 명이었던 회원 수는 2017년 현재 228명(재일교포 93명, 일본인 135명)으로 늘었다.

이사장은 일본에서 독도를 연구하는 학자 구보이 노리오(74·모모야마대학 명예교수) 씨다.

재일교포 조길부 씨와 구로다 요시히로 (82·오사카 쇼인대학 명예교수) 씨가 대표와 부대표를 맡았다.

구로다, 구보이 씨는 지난 2013년 독도를 방문했다가 일본 영사에게 경고를 받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일본 오사카 부 야오 시에 자리한 한국인 회관에서 구로다 요시히로 교수와 재일교포들을 만나 그동안의 활동상과 독도 문제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참석자: 대표 조길부, 부대표 구로다 요시히로(이하 구로다), 전무이사 박청, 이사 오카모토 아사야(이하 오카모토), 이사 허옥희, 회계감사 요시카와 마사요(이하 요시카와)

다음은 일문일답.



Q. 죽도의 날 제정을 규탄하는 일본 내 최초이자 유일한 민간단체로 알고 있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허옥희: 재일교포 윤영하 씨가 이 모임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발족 준비를 하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문을 두드린 곳이 재일민단 오사카 야오지부였다. 민단 단장의 도움과 구로다, 구보이 선생의 협력으로 모임이 탄생했다.

박청: 지인의 소개로 윤 씨를 처음 뵙게 됐는데 연세도 많은 분이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모임에 들어왔다.

Q.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요시카와: 조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인데 처음엔 도와줄 목적으로 몇 번 이곳에 왔다. 모임에 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원래는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독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죽도의 날을 다시 생각하는 모임' 부대표인 구로다 요시히로 명예교수.

 

구로다: 지난 2012년 12월 23일 열린 일본 천황제 비판 집회에 모임에 초대 대표인 윤영하 씨가 와서 죽도 문제를 언급했다. 나이 드신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 대학에서 인권 문제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학생에게 진실을 가르치는 것이 임무라고 느낀다. 또 일본인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 의식 때문에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일본은 식민지 가해 책임을 명확히 하고 올바르게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이사 오카모토 아사야 씨.

 

오카모토: 혐오 발언(hate speech)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한국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독도 문제를 계속 떠들어댔다. 이에 반론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사를 하다 이 모임을 알게 됐다. 역사 문제가 일상과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못 방치하면 혐오 발언 현상으로 나타난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는데 일본 시민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 그것이 문제다. 시민들에게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허옥희: 처음엔 민단 회원으로서 돕자는 생각에 발을 들였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 모임에서 공부하며 구체적인 지식을 많이 배운다. 일본 시민들과 재일동포가 독도를 너무 모른다. 일본에서 교육받은 대부분의 재일교포도 '독도가 왜 한국 땅이냐'고 되묻는다. 공부하지 않으면 막상 설명하기 어렵다. 독도의 진실을 밝히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 생각했다. 이젠 노래방에서도 늘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다. (웃음)

Q. 모임에선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박청: 1년에 2~3차례 오사카 지역에서 대중 강연회를 연다. 지금까지 13회를 맞았다. 올해 3월 도쿄에서 처음으로 강연회를 열었다. 오는 10월 28일 오사카에서 강연이 진행된다. 많이 올 때는 150명 정도 참석한다. 또 회원들과 함께 독도 현장 답사도 다녀왔다. 명예도민증도 발급받았다.

전무이사 재일교포 박청 씨.

 

허옥희: 세미나나 강연회를 할 때마다 DVD 등으로 자료를 남긴다. 재일동포 잡지에도 우리 활동이 실린다. 지난 2015년 심포지엄엔 야오 시장과 의원들도 참석했다. 이런 자리에 오기가 힘들텐데도 민단과 친분이 두터워 위험을 무릅쓴 것 같다.

조길부: 2015년 한국 국회에서 구보이 씨가 소장한 고지도, 고문서 등 독도 역사 자료 전시회를 열었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역사를 보여주는 지도에 한국 언론과 학자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한국엔 독도 자료가 별로 없지만 일본엔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님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많다. 일본 정부는 그런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정부가 꺼내들지 않는 자료를 발굴해 일본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

구로다: 특히 일본 메이지 정부가 독도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고 선언한 ‘태정관지령’. 러일전쟁에서 군사적 목적에서 독도를 점령했다는 사실들이 일본 교과서에 빠져 있다.

'울릉도와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다' 라는 내용의 지도가 첨부된 1886년 일본 정부 문서.

 

오카모토: 1886년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문서에 '이 섬은 일본 영토가 아니다' 라며 울릉도와 독도가 그려진 지도가 첨부돼 있다. 이때 일본 정부는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교과서에 실리지 않는다. 지금 일본 정부는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지도가 있는데도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한다.

1905년 러일 전쟁 때 일본 군대가 사용한 군사 지도.

 

조길부: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 군대가 사용한 지도를 보면 일본 명치 정부 군 관계자가 독도를 '량코도'라고 보고하고 있다. 량코도는 서양 배인 리앙쿠르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일본은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 말 하는데 당시 독도 이름을 서양 이름으로 빗대 불렀다는 건 일본의 주장이 모순임을 보여준다.

Q. 모임 활동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은 어떤가?

조길부: 우리 단체가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반론하거나 항의하는 분은 아직 없다.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됐다는 분이 많이 생겼다. 재일동포 중에서도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고 고백하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

박청: 모임 사무실이 민단에 있다 보니 일본 경찰 공안과 법무성 공안이 항상 예의주시한다. 우리가 모임을 열 때마다 사복 차림으로 와서 움직임을 살핀다.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활동이니 꺼릴 것이 없지만 꼬투리를 잡히면 어렵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Q. 일본인으로서 독도 진실을 외치기가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어려운 점은 없나?

구로다: 내가 인권 운동을 하는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연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제법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독도 활동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터넷에서 내가 매국노라는 비난이 거세다.

Q. 독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어떤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나?

구로다: 학문적인 측면에서도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사실을 확신한다.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학문적 고증을 통해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고 나서 양국이 서로 진솔하고 침착하게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한다.

대표 재일교포 조길부 씨.

 

조길부: 태초부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면 국제 사회에서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한국 정부도 냉정하게 독도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50년 전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의 독도 논쟁을 살펴보면 한국 정부가 밀린다. 양국의 학자들도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고 격론을 벌여야 한다.

Q. 독도 문제와 관련해 현재 일본 사회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조길부: 재일동포 중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절반이 되지 않는다.

박청: '일본 정부에서 일본 영토라고 하는데 왜 한국 땅이라고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재일동포 중에 절반 이상이다.

조길부: 구보이 선생께서 걱정하는 점 중 하나가 일본 사회 분위기다. 일본인들은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는 특유의 습성이 있다. 정부에서 펴낸 교과서에 '한국이 독도를 빼앗았다'고 실으면 일본인은 곧이곧대로 믿는다.

모임 이사인 재일교포 허옥희 씨.

 

허옥희: 잘못된 내용인데도 그냥 받아들이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박청: 올해부터 일본 교과서엔 한국이 부당하게 독도를 약탈했다는 내용이 실린다. 왜곡된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이 자라 5년, 10년이 흐른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구로다: 일본 정부와 시마네 현의 잘못된 행보를 바로잡기 위해선 문제점을 정확히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정확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중요한 문제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구로다: 현재 도쿄에 '죽도를 넓게 다시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지부를 세우는 작업을 추진한다. 아직 지부 개념은 아니지만 히로시마, 가나자와, 아오모리에도 회원들이 있다. 오사카 지역으로 한정된 모임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죽도의 날을 다시 생각하는 모임' 활동가들.

 

박청: 내년 창립 5주년을 기념해 여러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 시마네 현에 있는 신문사에 독도 광고 전단을 배포하는 것과 독도 박물관에 무궁화와 벚꽃을 교환 식수하자는 안이 나오고 있다. 시마네 현 오키노시마에 있는 구보이 선생님의 독도 자료관을 역사 탐방하는 계획도 고려한다.

조길부: 한 발 한 발 뛰는 수밖에 없다. 각광 못 받고 이대로 끝나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고.

오카모토: 독도 문제에 관심이 큰 일본인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만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뾰족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 사람씩 이야기하면서 공감대를 넓혀가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구로다: 일본 교육이 이 상태로 계속 진행되면 훗날 일본 학생들이 '너희들은 일본 영토를 빼앗은 도둑놈이다'라며 재일동포 학생들을 따돌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내년엔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 교사를 겨냥한 독도 역사 교재를 제작하려고 구보이 선생과 논의하고 있다.

박청: 잘못하다간 경찰에 체포돼서 교수형 당할지도 모르지만. (웃음)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