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국정감사의 후속 조치로 올 해를 '부정부패 사건 제로의 해'로 정하고 부패척결단까지 운영했지만, 임직원 비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리 사례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올 해만 11명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LH는 지난 한 해에만 1000억원 대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이 LH로부터 제공받은 '최근 5년 간 임원 및 직원의 비위·비리 현황' 자료를 보면 비리 혐의가 드러난 임직원은 47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인 23명은 뇌물수수에 연루됐으며, 18명이 지역 본부장급 이상(1~3급) 고위 관계자였다. 수수 금액만 5억1000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현재 수사 중인 35억 원 대 함바비리 등 2건을 포함하면 액수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연도별 뇌물수수 혐의자 수를 살펴보면 올 해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해에는 1명이었고, 2015년 7명, 2014년엔 4명이었다. 뇌물수수 다음으로 많은 비위·비리 사례는 음주운전 등(4건)과 직무유기(4건), 성 범죄(3건), 공금횡령(3건) 순이었다.
특히 최근 경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2~3급 고위간부 4명이 인천영종하늘도시 개발 아파트 시공현장 하도급 업체 대표이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특혜를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뇌물수수 건은 대부분 건설특혜와 연관된 것으로, 안전 부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정부패의 원인을 LH가 아파트 설계부터 감리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구조에서 찾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설계나 시공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외부 감리회사가 이를 적발하는 등 견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사업 발주와 현장감독, 감리를 LH에서 모두 직접 하다보니 특혜와 이에 따른 부실 등을 걸러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건설기술진흥법은 200억 원 이상의 대형 공사에 대해 관리 감독권한을 민간업체에게 주도록 하는 '책임 감리제도'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LH는 내부 전문 감리 인력이 있다는 이유로 이 제도를 회피하고 있다는 게 의원실 측의 지적이다. 공사 내부 인력이 있으면 굳이 민간업체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시행령 상 예외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해만 따져봐도 LH 주도로 200억 원 규모 이상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364개 공구 가운데 284곳에서 LH 자체 감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전문인력이 투입됐다지만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LH에 접수된 하자 민원은 모두 5만5000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