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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 대신 농성" 고속버스 못타는 휠체어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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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기간 10박 11일 터미널 농성 예정…"다음 명절에는 꼭"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광장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동빈 기자)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29일 오후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은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그런데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 50여명은 이날부터 터미널에서 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고향으로 향하는 시외버스에 전혀 탑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도 명절 때, 고속버스 타고 가족들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오후 4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추석연휴 기간동안 천막농성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다.

전장연은 지난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고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토교통부는 전체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 도입률 목표를 41.5%로 세웠지만 19%밖에 도입되지 않았고, 특히 휠체어 탄 장애인들은 시외버스는 전혀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버스를 타고 3시간이면 고향 전북 부안군인데 휠체어를 타고 탈 수 있는 고속버스가 단 한 대도 없다"며 "정부에게는 장애인들이 고향에 가고 싶다는 것이 그저 허무맹랑한 꿈으로 비춰지느냐"고 비판했다.

장애인 중 일부는 오후 4시 45분에 출발하는 천안행 버스 티켓을 끊고, 버스 탑승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이진우(47) 씨는 "달나라에 보내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일반 시민들은 아무렇지 않게 누리고 있는 걸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란(52) 씨도 "말로만 장애인을 위한다, 예산을 늘린다고 말하지만, 우리 삶은 변한 것이 없다"며 "명절이라도 친척들을 찾아뵙고 싶은데 죄송하고 서글픈 마음이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장연은 농성에 돌입하며 고향에 가는 시민들에게 버스에 탑승할 수 없는 상황을 알리고 다음 명절에는 함께 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 촉구할 계획이다.

◇ 정부 도입 의지 있다지만 시범사업 예산 반영 안돼

(사진=김동빈 기자)

 

지난 2001년,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가 발생해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크게 다친 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본격화했다.

장애인 단체들의 움직임에 힘입어 지난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됐다. 이 법에 근거해 국토교통부 장관은 5년 단위의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여기에는 '저상버스 도입에 관한 사항'이 의무적으로 포함된다.

하지만, 저상버스 도입률은 목표치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고, 여전히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 전혀 탑승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달 22일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2층 저상버스를 도입하거나 교통사업자들이 버스에 장애인 편의 시설을 설치할 때 드는 비용을 지원하도록 고시를 개정하라" 권고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부터 저상버스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16억의 예산을 매년 책정해 왔으나,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인식 속에 반드시 고속버스 내 편의 시설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9년에 연구가 끝날 예정이지만, 그 이전에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시범사업을 실시해 상용화 할 방법을 찾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다운 활동가는 "정부가 의지는 드러내고 있지만 시범사업 예산이 2014년부터 삭감되고 있는 것을 보면 무기력 하다"며 정부가 교통 약자를 배려하는 대책을 강력하게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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