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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드라이브' 경찰, 여경문제는 10년 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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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변화 무시한 채 "업무에 물리력 필요"…여경 확대에 난색

 

경찰이 개혁 드라이브의 일환으로 기존 불수용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성 경찰 문제에서는 유독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내색할 형편이 되지 않는 여경들은 시대착오적인 조직의 모습에 부글부글 끓을 뿐이다.

26일 경찰 개혁위원회 등에 따르면 경찰은 성별 구분 없는 통합모집 실시 등을 통해 10%에 불과한 여성 경찰 비율을 확대하라는 개혁위 요구에 부정적 입장이다. 한달 가까이 관련 권고안이 도출되지 않는 것도 이때문이다.

◇ 성별 구분 없는 통합모집에 경찰 난색…"30%까지 올라갈 것 같다"

성별에 따라 채용인원을 구분 모집하지 않는 통합모집은 지난 2005년 인권위가 권고한 사항이기도 하다. 경찰청의 한 남성경찰관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기준을 정해서 남녀 상관 없이 통합모집을 하면, 여경 비율이 30%까지 쭉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일정 수준의 물리력이 요구된다"는 이유로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했던 것처럼, 아직까지 비슷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논리로 경찰은 2013년과 2016년 경찰간부후보생 공채와 경찰대 신입생 모집에서도 여성비율을 높이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 여경들 '부글부글' 그러나 "감히 의견 개진 어려운 환경"

조직 내 여성들은 수뇌부의 판단에 강한 분노를 느끼면서도 내색하지 못해 답답함만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82%) 하위직에 몰려 있는데다가 느슨한 수준의 네트워크조차 마련되지 않은 형편이라, 감히 의견을 내놓을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당장 경찰청에는 과장급부터 여성이 전무하다. 과거 높은 직급의 여성이 있었지만, '명예남성'에 가까워 젠더의식이 희박했다고 한다.

여성 경찰들과 면담을 한 개혁위 위원이 "남성중심의 조직문화에 소수자 여성으로 있다보니, 여기에 반하는 의견을 내세웠을 때 어떤 결과가 있을지에 대해 일종의 공포심 같은 것도 갖고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이처럼 절대 수에서부터 여경의 상황이 나쁘다보니, 여경들은 실제 업무에서도 부수적인 역할을 맡거나 리더십을 학습하기 어려운 보직에 배치되는 등 질적인 차별도 병행돼 왔다. 그간 남성 경찰만 배치됐던 자리에 근무하고 있다는 한 여경은 "성별이 여자이기 때문에 성과 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없다고 자신하지만, 이런 기회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각별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 '부수적 업무'에만 배치되는 여경…양질 모두에서 차별

개혁위 내부에서는 경찰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나름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25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초청해 성인지 역량 강화를 위한 특강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경찰 입직을 준비하는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여성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하는 측면도 보인다고 한다. 개혁위 회의 때 "국민들도 남성 경찰이 보호해주는 것을 더 원한다"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영국 27%, 캐나다 프랑스의 경우 각각 20%가 여경인 것과 대조적인 우리의 현실, 경비 등 물리력이 요구되는 업무가 일부에 불과하고 실제 우리 경찰대 입시전형 중 체력검사의 비중은 5%에 불과하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2005년에 머물러 있는 경찰의 시각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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