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경남 거제에서 열린 '대구함' 진수식 당시 모습. (사진=대구시 제공)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면서 안보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차기 호위함(Batch-2)인 '대구함' 내부에 수십 개의 손상이 발견되고 해수가 내부로 들어오는 등 문제점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차기 호위함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대구함은 12월 15일 인수를 목표로 현재 시운전 중에 있지만, 계속해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자칫 제 기간에 인수되지 못해 해상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기 호위함 사업은 노후화된 초계함과 호위함을 대체하는 사업으로, 2천800톤급 최신예 호위함인 'Batch-2'는 총사업비 3조 2,910억원을 들여 모두 8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대구함은 Batch-2의 첫번째 건조되는 호위함으로, 약 3400억원이 소요됐다.
◇ '가스 터빈'에 손상 23개 발견…감사원 감사 착수
26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실에 따르면, 대구함은 조선소 시운전 과정에서 추진기관인 가스터빈 내 블레이드에서 23개의 손상이 발견됐다. 손상 원인은 시운전 과정에서 유입된 이물질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4번에 걸친 검사과정에서 손상 부분은 계속 늘어왔다. 손상된 부분의 길이는 현재 약 0.5㎜로, 관련 기준상 0.64㎜가 넘으면 하자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엔진 제작사인 영국 롤스로이스와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은 아직까지 운용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군은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란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제작사와 조선소의 말만 믿고 손상이 발견된 대구함을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가스터빈을 수리하는 것도 문제다. 가스터빈 손상이 심화돼 수리를 받아야 할 경우, 가스터빈을 롤스로이스 제작사가 있는 영국으로 보내야만 한다. 이 경우 수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수리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해상 전력공백 우려가 나온다.
사업 추진기관인 방사청은 롤스로이스·대우조선해양 측과 해군 측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방사청 측은 일단 "12월 15일까지 상황을 살펴보며 최대한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이어 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스터빈) 대체품목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이 책정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체품목을 구입하는 시간 역시 2년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감사원은 이같은 논란을 인지한 뒤 관련 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 너무 밑에 설치한 TASS 예인구…'해수 유입'대구함에 장착된 '예인형 선배열 소나'(TASS)를 내리는 공간으로 해수가 유입되는 것도 논란이다. TASS는 바닷속으로 '소나'(수중음향탐지기)를 내려보내 적 잠수함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제작사에서 소나를 내리는 구멍을 너무 아랫부분에 설치해, 이 공간으로 해수가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군 측에서는 TASS 예인구로 해수가 많이 유입돼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방사청 측은 인수일 전까지 예인구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추진전동기에서 가스터빈으로 전환하는 시간이 기존 엔진에 비해 6분 이상 소요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존 엔진(LM2500)은 추진전동기에서 가스터빈으로의 전환시간이 약 2분 30초였지만, 이번 롤스로이스 엔진은 8분 20초가 소요된다. 3배 이상 전환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제작사 측은 "무부하운전(Warm-up)을 생략하면 5분 정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해군 측에서는 기술교범에 명시된 'Warm-up'을 생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군 측은 최소한 'Warm-up'을 생략해도 장비운용 및 정비주기에 영향이 없다는 기술적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대구함의 제대로 된 건조는 대구함이 차기 호위함의 선도함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시운전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뿐만 아니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서 차기 호위함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