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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벌레수액 피해자, 이제야 털어놓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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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가 인류를 구했다고요?"

-'벌레수액' 사진 보면 아직 피가 거꾸로 솟아
-병원 "관리상 문제 없는 것으로 결론"…억울하다?
-"병원장이 '저희 아이가 인류를 구했다'더라고"
-"아기가 아플 때마다 떠오를 듯…평생 불안한 마음"
-업체 "현재 가격구조에서 완전밀폐 생산 역부족"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www.facebook.com/981news]

이대 목동병원 수액 주머니에서 발견한 날벌레 (사진=환자 보호자 제보사진)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 뉴스 속을 훅 파고듭니다. 훅뉴스 시간, 김정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어떤 주제를 갖고 오셨어요?

◆ 김정훈> 한 어린 아이의 어머니 이야기부터 듣고 가실까요?

[녹취: 피해 아이 어머니 A씨]
"수액을 사용해서 몇 시간동안 피에 들어간 거 잖아요. 우리가 발견했어요, 보호자가…벌레 나온 사진을 애기 아빠가 찍었거든요. 처음에는 사진을 안 보여줄라고 하더라고요. 확인해야 겠다고 해서 봤는데,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는 거 같고. 너무 화도 나고. 진짜…"

◇ 김현정>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벌레 들어간 수액' 어머니인가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CBS가 지난 19일 단독보도 해드렸죠. 생후 5개월밖에 안된 영아에 투입된 수액에서 벌레가 발견됐습니다. 이후 유사한 사례도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졌습니다.

◇ 김현정> 오늘 훅뉴스 바로 그 사건이군요. 처음 사건이 발생한 게 지난 일요일이었죠?

◆ 김정훈> 네, 17일 오후였습니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에 요로감염으로 입원해 있던 5개월 아이에게 수액을 투입했는데, 점적통이라고 하는 수액 연결관에서 날벌레가 발견된 겁니다. 병원 설명에 따르면, 수액이 그날 오후 5시에 설치됐고 이물질이 발견된 시간이 오후 8시임을 감안하면 길게는 3시간 동안 벌레 수액을 맞은 셈이죠.

◇ 김현정>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어요. 공교롭게도 또다른 '벌레 수액' 사례가 다른 병원에서 나오더라고요.

◆ 김정훈> 이튿날 인하대병원에서 보관된 수액세트에서도 이물질이 발견됐죠.

◇ 김현정> 이 때는 수액을 맞다가 발견된 게 아니고, 맞기 전 상태에서 발견된 건가요?

◆ 김정훈> 이물질은 환자에게 투입되기 전 간호사가 발견했고 병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했습니다.

◇ 김현정> 이 경우는 다행이네요. 맞지 않은 채로 발견이 됐기 때문에.

◆ 김정훈> 이대 목동병원의 피해자가 더욱 화가 난 것은 그 대목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가려내지는 수액 속 이물질이 이곳에서는 몇시간 동안 방치될 수 있었느냐는 건데요, 그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피해 아이 어머니 A씨]
"저는 인하대 병원얘기를 보고나서 더 황당했던 건, 왜 우리 애기는 간호사가 발견하지 못했나. 수액세트도 그런 게 잘못이지만 병원도 그런 것을 왜 쓰고 있는지도 황당하고…"

◆ 김정훈> 오늘 훅!뉴스의 주제, 병원의 무성의함에 두번 우는 '벌레 수액'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김현정> 사실 이 뉴스 파장이 상당했죠. 저희도 이 피해자 어머님과 계속 접촉을 했는데 증언을 하고 싶지 않다, 방송에 나가고 싶지 않는 입장을 밝혀왔어요. 그런데 김정훈 기자 인터뷰에 응한 거네요?

◆ 김정훈> 속 시원이 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그동안 피해 아이의 가족들이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 건, 아기의 건강이 우선이었기도 하고 병원 측의 대응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 김현정> 그럼 이젠 믿었는데 실망을 했다는 건가요?

◆ 김정훈> 처음엔 사과를 하긴 했는데, 이후 태도가 달라졌다는 겁니다. 어머니의 말입니다.

[녹취: 피해 아이 어머니 A씨]
"병원도 지금 자기네가 억울하대요. 자기네도 억울한 면이 있다면서… 지금 억울하다고 제 앞에서 말씀하시면 안된다고. 이거 벌레를 누가 발견했냐고. 근데 억울하다고 말씀하시는 거냐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된다고 (했죠.)"

◇ 김현정> 억울하다? 뭐가 억울하다는 건가요?

인하대병원에서 사용하는 수액세트 (사진=인하대병원 제공)

 

◆ 김정훈> 제조과정 상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이니까, 병원 측 책임은 아니라는 건데 병원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이대 목동병원 관계자]
"식약처에서 관리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발표가 됐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2차 조사 결과도 있고… 조사 결과 나오면 저희는 적극적으로 협조해드릴 거예요. 저희 병원 입장에선 좀 기다려주십사…"

◇ 김현정> 식약처에서 관리상, 병원 관리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까?

◆ 김정훈> 식약처는 CBS의 보도가 나간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문제의 수액세트 제조업체가 품질관리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고, 해당 제품들을 회수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의 수액세트 관리 실태 점검에서는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김현정> 물론 1차적 책임은 제조사에 있죠. 그걸 또 수액을 넣는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이 완전 없다라고 할 수 없을 텐데, 억울함만 호소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요?

◆ 김정훈> 맞습니다. 식약처도 의료진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의료품 자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병원 내 보관 실태에 이상이 없었다는 설명일 뿐이라는 것이죠. 문제의 수액을 투여한 의료진의 행위를 두고 적정 여부를 판단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것인데, 식약처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식약처 관계자]
"식약처는 물품관리를 담당하는 곳이니까 제조과정상의 혼입가능성, 이런 것들을 조금 더 두고 조사를 하고 있는 거고요, 의료행위에서 과정 중에 문제가 없었는지는 아마 보건소에서…"

◇ 김현정> 식약처 자료만을 바탕으로 '병원은 문제 없다, 억울하다'라고 주장한다면 어폐가 있죠.

◆ 김정훈> 정확한 사실 관계를 가려봐야 하겠지만, 법조계에서는 의료진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의료법률전문센터 신현호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신현호 변호사]
"병에 들은 건 최종적으로 쓰는 사람이 확인을 해야죠. 벌레가 들었던 이물질이 들었든지간에 간호가나 의사가 확인을 해야죠."

◇ 김현정> 매뉴얼 상으로는 사실은 최종 꼽기 전에 보는 게 맞는 거죠.

◆ 김정훈> 그런데도 병원 측은 '병원내 수액세트 관리 실태에 문제 없다'는 식약처 보도자료를 출력해 피해자들에게 건네주기까지 하면서 면피에 급급했다고 하네요. 그때부터 병원의 태도도 확연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한 병원 측 발언에, 두번 울게 됐다는 게 피해자 어머니의 말인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피해 아이 어머니 A씨]
"병원장은 저한테 와가지고, 저희 아이가 인류를 구했대요. 저희 아이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이제 피해를 안 보게 됐다고. 그 수액세트를 다 회수조치해서. 병원장이 인사한다고 와가지고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안심시키려 그랬을 거라 생각하지만, 피해를 겪은 환자한테, '아이가 인류를 구했다' 이런 건 분노를 살만한 말인 것 같은데요?

◆ 김정훈> 피해자 가족들이 앞으로도 떨치기 어려운 불안과 염려를 감안한다면 적절치 않죠. 현재 아이는 건강상 문제가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라고 하는데, '벌레 수액'만 떠올리면 가족들의 마음이 내려앉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도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피해 아이 어머니 A씨]
"다행히 아이 컨디션에는 별 이상은 없어요. 그래서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도 매해마다 아기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그것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평생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잖아요. 계속 불안한 마음은 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 김현정> 생후 5개월 된 아이이기 때문에 더 부모님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건데, 혈액을 통해서 뇌와 심장으로 가는 게 수액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에 대한 서운함, 병원의 책임을 얘기해봤는데 1차적 책임이 병원에만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 김정훈> 그렇죠. 수액 속 이물질은 제조 과정에서 들어갔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제조 시설의 위생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죠. 이에 대해 제조업체들도 할 말이 있다는데요, 한 업체 관계자의 말부터 들어보시죠.

[녹취: 수액 제조업체 관계자]
"깨끗한 환경에서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한민국 현실이 가격이 녹록치 않은 상태에서 환자들이 요구하는 수준, 식약처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는 힘들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완전 밀폐를 시켜놓고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 가격 구조에서는 역부족이에요."

◇ 김현정> 조금 충격적이네요. 우리는 완전무결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지금과 같은 가격 구조에서는 완전 밀폐된 상태에서 100% 멸균으로 만들기는 무리라고 말하네요?

◆ 김정훈> 역부족이라고 말하죠? 국내 수액을 공급하는 업체는 58개사, 제품 종류로는 121개가 있는데 병원에서는 이 가운데 '최저가' 제품을 골라 납품을 받는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저,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구조다?

◆ 김정훈> 네. 그렇다 보니, 수액 한 세트 가격이 200원에서 300원 사이라는데 십원도 아닌 몇전 단위로 업체들간 경쟁이 붙는다고 하네요. 상황은 수액처럼 대량으로 사용되는 주사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안전을 위해 적정 가격선을 정해달라는 요구도 나옵니다. 다시 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수액 제조업체 관계자]
"다른 품목 입찰은 발주처에서 원가나 가격을 적정선에 정해놔서 적정선에 가깝게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를 낙찰하는 게 있더라고요. 230~240원짜리를 갖다가 무조건 190원에 넣었다고 낙찰시켜주는 것이 아니고. 건설 쪽에서는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까, 그런 것은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 김현정> 건설업계에서는 최저가 입찰 방식을 고집하지 않거든요. 건물 시공 과정에서 안전이 우선이니까. 그런 것처럼 의료기기의 안전이 최우선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입찰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네요.

◆ 김정훈> 불량 수액세트를 납품한 업체의 책임은 엄하게 물어야 하겠지만, 그 구조적 문제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죠. 이런 현실 때문에 수액 납품 업체들은 인건비가 더 저렴한 외국에 생산을 위탁하고도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런 곳이라면 위생 관리가 더욱 어려울 것 아닙니까?

◆ 김정훈> 그럴 가능성이 높죠. 이번에 문제가 된 이대 목동병원의 수액도 국내 업체가 필리핀 업체에 생산을 위탁한 제품이었거든요. 치열한 단가경쟁이 병원 환자들의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게 현실이네요.

◇ 김현정> '벌레 수액' 문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단순한 문제가 아니네요. 어느 한군데 구멍을 뚫린 게 아니라 복합적으로 뭔가가 잘못 물려간 것 같은데, 과거에는 이런 일이 없었나도 싶어요. 모르고 맞은 적이 없나, 이런 의심이 듭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면적으로 검토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쪼록 피해를 겪은 아이가 아무 문제없이 잘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의 '훅!뉴스' 김정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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