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패싱' 논란이 일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 정부의 노동정책과 반대되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노동정책에서도 정부 내 엇박자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비정규직 문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있지만 개선 방향에는 정부 내에서 여러 논의가 있다"며 "직종에 따라 오히려 비정규직이 필요한 부문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다음날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직접 발표할만큼 심혈을 기울인 새 정부의 핵심 노동과제인데도, 정부의 '경제사령탑'인 김 부총리는 문 대통령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을 한 셈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문자 그대로 이행하기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고, 차별받지 않는 비정규직도 일부 필요한 것도 인정한다"면서도 "정책 초입 단계에 경제부처 수장이 미온적인 발언을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김 부총리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대해서도 "속도나 정도는 상황을 보면서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시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특히 "지역별, 산업별로 최저임금을 탄력 운영하는 방안은 애로사항이 있다"면서 선을 그으면서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란에 대해서는 "TF에서 살펴보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는 최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정책연대를 맺어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고 주장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에 대해 노동 전문가들은 실효도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인권후진국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조영관 변호사는 "과거에는 민간송출 형태로 해외 민간업체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알선했지만, 고용허가제 이후 해당 국가 정부와 인역 MOU를 체결하고 있다"며 "차별대우를 한다면 상대 정부가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한국은 1993년 만들어진 외국인산업연수제도를 이용해 연수생이라는 미명 아래 외국인 노동자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 착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형식상 국내 노동자와 동등한 자격을 보장하도록 개선했고, 이후 2007년 헌법재판소는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대우하는 조치는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게다가 한국은 1978년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과 1998년 '고용 및 직업 차별에 관한 협약'을 비준해 인종이나 피부색, 민족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다.
실리적으로 따져봐도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지나치게 낮추면 그만큼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 잠식 논란만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조 변호사는 "내국인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성과급, 수당이 함께 올라 사업주의 부담이 크지만, 외국인 노동자 대다수는 기본급만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중소기업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해당사자들은 김 부총리의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개혁 드라이브의 후퇴에 가까운 정책 방향 변화를 내비쳤다"며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표명한 만큼 정책 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부처 수장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오히려 정책방향이 혼선을 빚을 가능성만 남겼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