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80%를 웃돌던 지지율은 차츰차츰 떨어지면서 어느덧 60%대로 주저앉았다.
역대 정부 초기에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다가 차츰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나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2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12~14일 성인 16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한다'라는 답변은 69%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주보다 3%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 직무수행 긍정평가율이 7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직무수행 부정평가율은 23%로 집계돼 지난주보다 3%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4일에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tbs의뢰, 11~13일 성인 1527명 대상,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에서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66.8%로 나타났다. 지난주보다 2.3%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이미 지난주부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하락세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갤럽조사에서는 지난달 넷째주부터 지난주까지 약 한 달 동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9%→76%→72%→69%로 계속 하락했고,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같은 기간 73.9%→73.1%→69.1%→66.8%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고조되는 한반도 안보상황과 연이은 인사실패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하락세의 첫 단계에 진입한 8월 넷째주부터 다섯째주 사이에는 북한이 본격적으로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달 26일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3일 뒤인 29일에는 일본 상공을 지나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쏘아 올렸다.
여기에 우리 정보·군 당국은 초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방사포'로 잘못 분석하면서 여·야 구분 없이 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인사실패 논란도 재점화됐다.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지명됐지만 곧 뉴라이트 사관 논란에 휩싸였고,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야권의 이념편향 공세에 결국 낙마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북한 6차 핵실험과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였다. 6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군사적 옵션'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김 전 후보자 인준안은 116일 동안 표류하다 결국 부결되면서 헌법재판소장 자리는 장기간 공백상태에 놓이게 됐다.
북한이 조선중앙 TV를 통해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6차 핵시험으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이 발생한 직후 관련 뉴스를 시청하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안보위기와 인사실패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5일 북한이 또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고, 박성진 후보자는 여야가 인사청문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처리하면서 결국 자진사퇴 했다.
청와대는 일단 강경한 대북제재 기조를 일관되게 발표하면서 인사실패에 대해서는 서둘러 사과하며 어수선한 정국을 수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연휴 전에 안보불안과 인사실패 논란을 최대한 잠재우려는 모양새다.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은 "특별히 인사논란이 길어지면서 국민 여러분들께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신 데 대해서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다짐의 말씀도 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안보위기와 인사실패가 반드시 문재인 정부의 무능으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은 있다. 미·중 패권다툼 사이에서 '벼랑끝전술'만을 고집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문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외교적 카드가 적은 데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탓에 인사검증 시스템이 미비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의 지지율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민주당은 46~50%, 자유한국당은 10~12%, 국민의당은 5~7%, 바른정당은 7~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실책으로 이탈한 표가 야당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보·외교·인사 관련 정책들의 연이은 실패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빠져나가고 있다"면서도 "야당에서도 이와 관련한 뚜렷한 비전을 보여 주지 못해 야당에 대한 지지율도 오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야당에서 새로운 비전이나 인물을 내세워 국민의 공감대를 얻게 된다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