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당시 주변 CCTV 화면.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학생 2명은 보복 폭행을 하기 한 달 반 전 경찰의 '선도대상학생'에 지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전담경찰관(SPO)통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선도 대상 학생에 대한 초기 관리와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경찰, 1차 폭행 이후 가해학생 2명 '선도대상' 지정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주범인 A(14)양과 B(14)양은 다른학교 한 학년 아래인 C(14)양에게 보복폭행을 하기 두 달 전에도 C양을 집단폭행했다.
지난 6월 29일 사하구의 한 공원에서 다른 학생 3명과 함께 C양을 폭행한 A양 등은 이 일로 7월 17일 피해학생 학교에서 열린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됐다.
해당학교 SPO가 참관한 가운데 진행된 학폭위에서 징계(사회봉사 명령)를 받은 A양 등은 곧장 경찰의 선도대상학생에 지정됐다.
경찰이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운영하는 선도대상학생은 일반적으로 학폭위에 가·피해자로 부쳐지거나 학교 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지정된다.
현재 부산에는 250여 명의 선도대상 학생이 있으며, 경찰은 이들 학생을 표준선도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것과 함께 주기적인 SPO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경찰은 절차에 따라 선도대상 학생에 이름을 올린 A양 등 2명을 같은 달 19일부터 이틀동안 청소년단체가 진행하는 표준 선도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A양 등은 프로그램 이수 조건인 10시간을 모두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양 등은 선도프로그램을 이수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9월 1일 자신들을 고소하고 학폭위에 가게한 C양을 상대로 무차별 보복폭행을 가했다.
◇"보호관찰대상, 법무부 소관이어서 몰랐다" 변명이 된 경찰 해명A양 등이 경찰이 관심을 가져야하는 선도대상 학생에 지정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경찰의 초기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경찰은 C양이 1차 폭행 피해를 당한 뒤 제출한 고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C양의 치료를 위해 고소인 수사를 미뤘고, 이후에는 C양이 연락이 닿지 않아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고소인 조사가 선행되지 않았다며 피고소인에 대한 확인작업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양 등이 C양을 2차 폭행하고 자수한 이후에도 보복성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단순 폭행 사건으로 치부했다.
가해학생들에 대한 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 조사를 시작하려다 보니 이미 고소장을 통해 접수된 1차 폭행과의 연속성이나 폭행의 중대성 등을 간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NS를 통해 촉발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난 뒤에야 수사에 속도를 낸 경찰은 뒤늦게 A양 등 2명이 각각 공동폭행과 특수절도 혐의로 보호관찰 대상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두고 제기된 2차 폭행 이전 범행을 예방할 수 있었지 않았냐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소년범은 법무부 소관이라 별도로 확인하지 않으면 보호관찰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 스스로 가해학생들을 선도대상 학생으로 지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생들의 추가 범행 가능성을 '남의 소관'이어서 알 수 없었다는 경찰의 해명이 궁색해졌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