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105일 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작으로 첫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과거 장관과 실국장이 부처 현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사후 업무조정을 받는 형식에서 탈피해, 핵심 현안을 놓고 대통령이 '계급장을 뗀' 상호 토론을 주문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22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아주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대통령도 업무보고를 통해서 배우고자 한다"며 "업무보고를 과거처럼 부처 업무 전반을 나열해서 보고하는 방식으로 하지 말고 핵심 정책에 집중해서 토의하는 방식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처별 핵심 정책 토의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토론이 됐으며 좋겠다"며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고 열린 토론을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각각 10분만 업무보고를 한 뒤 예상시간보다 40분을 훌쩍 넘긴 총 90분에 걸쳐 토론을 벌였다.
당초 청와대는 부처 첫 업무보고를 청와대 담당 수석실과 합동으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실제 업무를 주관하는 '부처 중심 토론'으로 재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새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나면서 초기 내각 구성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새로 임명된 수장들이 각 부처의 업무를 장악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효과도 있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을 두고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질책을 받은 류영진 식약처장 사례에서 보듯, 위기 상황에서 국가를 대신할 담당 부처와 수장의 현안 파악 능력을 선제적으로 주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와 함께 대선 공약을 부처별로 점검하고 정권 1년차에 우선 추진할 개혁 과제들을 선별해야 한다는 의도도 담겼다.
문 대통령이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금까지는 새 정부의 국정방향과 계획을 마련하는데 노력했다면,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성과와 실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개혁도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꿔주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방통위 보고에서는 대선 공약이었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과 방송의 공정성 회복 등을 강하게 주문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을 이어갔다.
향후 업무보고 역시 집중 정책 토론 방식인 만큼 주제도 현안과 개혁과제 중심으로 한정된다.
23일로 예정된 외교부와 통일부의 업무보고 때는 최근 북핵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 관리와 남북 민간교류 확대 등이 집중 논의되고, 25일 열리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증세 문제 등이 토론 대상이다.
또 29일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의 업무보고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8·2 부동산 대책 추진에 대한 중간 점검이 이뤄지고,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는 '살충계 계란' 파동에 대한 대책과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또 업무보고 때 해당 부처 실무 공무원들이 대거 서울로 이동하는 비효율을 막기 위해 과거와 달리 직접 관련 부처로 이동해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정부 출범 1년차에 안보관련 중요성과 행정복합도시 상징성을 감안해 국방부와 세종시에서 각각 한차례씩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다른 부처를 포함해 이후 모든 업무보고는 청와대에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