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전방위적인 로비를 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돈이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행태를 보여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일부 혐의가 무죄로 인정됐고 횡령한 돈을 모두 갚아 피해 회사들도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대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김수천 당시 부장판사에게 가짜 ‘수딩젤’ 제품을 제조‧판매한 사건을 엄벌해 달라며 ‘레인지로버’ 차량 등 모두 1억 5000만여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혐의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으나 2심은 “김 부장판사가 담당할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해 정씨가 뇌물을 줬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김 부장판사 역시 이 같은 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다.
정 전 대표는 또 2010년 회사 소유의 호텔 2개층 전세권을 자신의 명의로 빼돌려 3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부당이득 액수를 따질 수 없다고 보고 특경법상 배임 대신 형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가 회계 장부를 조작해 회삿돈 108억원을 횡령하고, 고소사건 처리를 청탁하며 검찰 수사관 김모씨에게 2억 5500만원을 건넨 혐의 등은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정 전 대표는 100억원대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보석 석방 등을 대가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게 5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주는 등의 ‘법조비리’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최 변호사는 1심과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