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뇌부의 이전투구…靑 '차분'→'싸늘'로 기류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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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수장에 책임을 물을 때는 당연히 과거 발언 등 고려"

 

'민주화의 성지'라는 표현이 담긴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글 삭제 논란으로 시작된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경찰청장)간 상호 폭로전으로 경찰 조직이 심각한 내홍에 빠졌다.

청와대는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만 해도 경찰청장 교체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경찰 수뇌부간 진실공방이 점입가경 수준으로 치닫자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11일 "공직기강 차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청와대의 바뀐 기류를 반영한다.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국정농단 촛불시위 과정에서 호남을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광주청 홍보계의 표현을 문제삼아 강인철 당시 광주청장을 호되게 질책했다는 언론 보도가 7일 나왔을 때만 해도 청와대는 차분했다.

지난 정권 국정농단에 분개한 1000만 촛불시민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기에,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 청장이 "민주화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라며 비아냥 섞인 막말을 했다는 보도 내용이 거슬렸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경찰청장에 대한 유임이 결정됐는데 과거 발언을 가지고 청장 교체를 하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경찰청장이 정치적 눈치를 보지 않고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치적 중립을 담보로 2년 임기제를 처음 도입한 것은 참여정부였다.

이 청장이 박근혜 정부 말에 임명된 전 정부 인사였지만, 청와대가 유임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해 말 경찰 수장으로 촛불시위를 평화롭게 관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 외에도 경찰청장 임기제 도입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론도 작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경찰 수뇌부간 진실공방이 단순한 의견차이를 넘어 '표적 감찰', '수사 압박에 대한 선제 폭로' 등으로 서로를 정조준하며 비화되자 청와대의 분위기도 싹 바뀌었다.

강 전 광주청장이 "이 청장이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라고 말했다"고 추가 폭로하고, 이 청장 측도 "자신의 각종 비위에 대한 수사 전환을 앞두고 국면 전환용 의도가 깔렸다"고 맞받는 등 이전투구 양상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청와대 안에서는 "대통령 인사권 내에 있는 조직 수장에 대해 책임을 물을 때는 당연히 과거 발언 등을 가지고 책임을 묻지 미래 발언을 가지고 묻느냐"는 말들이 나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만들어진 경찰청장 임기제를 지킨다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생각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급기야 11일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경찰 조직 내부에서 국민들이 보시기에 적절치 않은 모습을 주고받는 것이 공직자로서 타당한 자세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공직기강을 강조하시니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도 했다. 민정수석실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청와대는 다만 경찰청장 교체 여부 등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행안부 수장이 김부겸 장관인 만큼 정치적 판단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13일 오후 경찰청을 방문해 이 청장과 강 전 광주청장, 본청 간부들에게 이번 사태로 인한 국민적 우려를 전달하고 반성과 자숙을 직접 주문할 계획이다.

청와대의 엄중 경고 방침 이틀 만에 주무 부처 장관이 직접 나선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함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청와대와 경찰 일부에서는 이 청장이 강 전 광주청장에게 전화로 질책을 했던 시기가 지난해 11월이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당시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약 20일 전으로 이 청장은 전 청와대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이철성 경찰청장

 

이 청장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부터 "촛불시위를 막아야 할 경찰이 '민주화의 성지'를 운운하는 게 맞냐"는 질책을 받고 이를 강 전 광주청장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직제개편을 통해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정무수석실 산하에 사회안전비서관(치안비서관, 경찰 치안감 파견 상주)이 있어 청와대와 경찰간 가교역할을 했다.

이 청장은 박근혜 정부를 통틀어 가장 긴 기간인 2014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낸 만큼, 당시 청와대의 자제 신호를 그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의 전체적인 기류가 이 청장에게 불리하게 바뀌었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청장을 흔들기 위한 조직 내의 하극상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옹호론도 일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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