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자료사진)
북한과 미국이 '화염과 분노', '불바다', '전면전쟁', '예방전쟁', '우리식 선제타격' 등 선을 넘는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8일(미 현지시간)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며, "북한은 이전에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김정은)는 매우 위협적이다.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
"북한은 이전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위기에 몰렸을 때 마다 반복하는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말의 의미상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듯 북한은 9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과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동시에 내면서 말의 폭탄으로 대응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미국 전략자산의 발진 기지인 괌에 대한 포위사격 작전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미국의 예방전쟁에 "전면전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또 "우리식의 독특한 선제타격방식이 있다"면서 "미국이 선제타격기도가 드러나는 그 즉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 전 종심에 대한 동시타격과 함께 태평양작전전구의 발진 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북한은 특히 미국에서 거론되는 북한 지도부 '참수작전'에 대해서도 "우리에게는 팀이나 소대, 중대, 대대규모가 아닌 세계일류급의 특수 작전군이 있다"며,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장병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 '참수작전'으로 미국이 당하게 될 재난의 참혹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북한과 미국이 이처럼 선을 넘는 '말의 전쟁'을 벌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늘 반복하는 호전적인 협박은 사실 상투적인 측면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으로 대응하면서 말의 폭탄에 내용이 채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안 2371호에 대해 대응해 "정의의 행동"을 공언해온 만큼 추가 무력도발이 확실시되고 있다. 화성 14형 미사일의 3차 발사나 SLBM(잠수함탄도미사일 발사)는 물론 일각에서는 6차 핵실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국 괌 미군기지 포위사격을 거론한 것에 대해 "미국에서 선제타격, 예방전쟁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남한, 일본에 이어 괌까지 미사일 타격범위에 들어와 있음을 실증해 미군의 대한반도 접근 저지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실제 지난 5월에는 사거리 500㎞인 스커드-C급 미사일의 발사에 성공해 부산, 포항, 김해 등 미군 전력의 투입지역이 사정권임을 보여줬고, 3월에는 비행 거리는 약 1천여km의 스커드 ER 미사일의 발사에 성공해 오키나와 등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할 능력을 과시한 바 있으며, 이번에 미국 괌 기지에 대한 포위 사격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북한의 도발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이어 또 다시 도발과 제재가 이어지는 악순환 구도 속에 북한과 미국이 말의 전쟁까지 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강대강의 긴장고조 국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8월 하순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실시되는 만큼 재래식 전력까지 가담해 한반도 위기설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북한과 미국이 말의 전쟁을 벌이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지만, 당사자인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는 답답한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 당국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수준의 설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