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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대 사태, 교육부 책임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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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대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서남대 폐교 반대·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립대와 삼육대의 계획안을 교육부가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서남대는 앞으로 폐교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지난 2일 서울시립대와 삼육대의 계획안이 서남대를 정상화시킬만한 충분한 재정기여계획이 부족하다며 불수용했다.

교육부는 서남대에 대해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축소와 의대 신입생 모집중단 등 이미 강도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한 서남대로서는 '강력한 구조개혁'이란 '폐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새 정부의 사학비리 척결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폐교도 불사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사학개혁 메시지를 한층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서남대가 폐교될 경우 그 피해는 학생과 교직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재학생 1,600여명은 전북지역 인근 대학의 동일 또는 유사학과로 편입돼 그나마 사정은 낫지만 교직원 200여명은 실직의 고통을 마주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남대를 기반으로 생업을 이어오던 인근 주민들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악화된 데에는 교육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립자인 이홍하씨가 교비 횡령을 반복하며 여러 차례 구속되는 동안에도 교육부는 그에게 대학설립을 잇따라 인가해 오히려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이씨는 교육부 설립인가를 받아 지난 1991년 서남대를 시작으로 1994년 한려대와 광양보건대를 나란히 개교했고 1997년에는 광주예술대까지 열었다.

하지만 이씨는 1997년 5월 이들 대학에서 등록금 39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예술대는 개교한지 1년만인 1998년 교육부로부터 폐쇄 계고를 받은 뒤 실제로 2000년 폐교되기도 했다.

1998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그는 다시 2005년에 신경대를 개교했다. 물론 교육부는 설립인가를 내주었다.

그러나 이 씨는 2007년 교비 3억 8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차 구속됐다. 그런데도 그는 2011년 서울제일대학원대학을 개교하는 등 모두 6개의 대학을 개교했다.

결국 2012년 말부터 이어진 이들 대학에 대한 교육부 감사로 이씨가 모두 1천억원대의 교비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는 세번째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가 설립한 대학 대부분이 부실대학으로 지정되거나 대학구조개혁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는가 하면 서남대 의대생들은 교육과정이 부실했다는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의학사 학위를 박탈당할 뻔했다.

2013년에는 교육부 감사 담당 직원이 이씨에게 뇌물을 받고 감사정보를 유출해 구속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잇따른 구속과 비리에도 이씨가 교육부로부터 대학설립 인가를 계속해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금품로비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들기도 했다.

교육부의 늑장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남대를 폐교할 경우 서남대는 청산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재산을 처분해 채무를 변제하고 나면 잔여재산은 서남대 정관에 따라 처리된다. 현행 사립학교법 35조에 '정관에서 정한 자에게 귀속된다'고 돼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남대 학교법인인 서남학원 정관에는 잔여재산을 한려대와 신경대로 넘기는 것으로 돼있다는 점. 결국 이씨의 비리 때문에 폐교되는 서남대의 남은 재산을 다시 이씨에게 넘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서남대 잔여재산이 이씨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2일 "잔여재산이 국고로 귀속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사학비리 혐의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 의지를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같은 방침에 따라 다음주 서남대에 대한 폐쇄 계고를 하고 오는 정기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을 개정한 뒤 올 연말쯤 서남대 폐교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시간표대로 이뤄진다면 서남대 폐교로 인한 잔여재산은 이씨에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폐교 확정 때까지 사립학교법이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으면 교육부의 이같은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상당한 폭발력을 지니며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불러왔던 선례에 비춰 올 가을 국회에서 사학법이 제때, 정부안대로 개정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이미 17년전부터 예견됐다. 2000년 폐교된 광주예술대의 경우 잔여재산이 서남대로 귀속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부가 사학법의 해당 조항 개정에 적극 나섰더라면 지금처럼 잔여재산 귀속 문제를 놓고 법 개정에 발만 구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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