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나선 문재인 정부가 세제개혁을 통해서도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집중하겠다고 나섰다. '부자 증세'로 늘어난 세수 가운데 연 8천억원을 일자리 창출에 활용하겠다는 각오다.정부는 2일 내놓은 '2017년 세법개정안'의 부제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세법개정은 ▲ 일자리 창출 ▲ 소득 재분배 ▲ 세입기반 확충 등 3대 방향 아래 추진하겠다고 밝혀다.
특히 일자리를 늘리거나 질을 높이는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될 창업·벤처기업 육성 등에 대한 지원도 확충하기로 했다.
◇ 난립했던 고용지원세제, '고용증대세제'로 정리… 대량해고 없는 '착한 M&A' 유도
우선 그동안 각자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고용증대세제로 나뉘어있던 신규 고용 창출을 위한 세제 지원을 '고용증대세제'로 묶어 새로 정비했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지난해 기준 총 9개 고용 관련 조세특례제도의 전체 조세지출액 8320억원 중 5533억원(67%)이 집중될만큼 고용 조세특례의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다른 고용·투자지원 제도와 중복 지원이 불가능한데다, 투자와 고용을 동시에 해야만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서비스업 등 설비투자를 수반하지 않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은 지원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가 하면 중소기업은 고용을 늘리는 대신 고용요건 부담이 없는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로 회피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설될 고용증대세제는 투자 실적이 없더라도 고용 인원을 1명 늘릴 때마다 일정 세액을 공제하고, 다른 고용·투자지원제도와 중복 지원도 허용하기로 했다.
공제 혜택 지원 규모는 고용인원 1인당 중소기업 1000만원, 중견기업 700만원, 대기업 300만원씩이던 수준에서 중소기업은 700만원, 중견기업 500만원으로 낮추고 대기업은 제외하되, 청년 정규직이나 장애인 고용은 종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기존 청년고용증대세제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1년 동안 지원하던 것을 중소·중견 기업은 2년간 지원하도록 개선해 고용 기간을 안정화하고 총 지원 규모도 늘어나도록 조정했다.
이와 함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력 감축 명목으로 벌어졌던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에 고용승계요건이 추가된다.
그동안 정부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M&A의 경우 단순 조직재편으로 보고 구조조정에 따른 법인세에 대해 과세이연해줬는데, 이 요건에 기존 고용 노동자 중 80% 이상을 고용 승계하는 요건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이나 지분 관련 요건 외에도 합병·분할 등기일 1개월 전을 기준으로 고용된 노동자 80%를 고용 승계해야 법인세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만약 3년 이내에 이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수준이 80% 미만으로 하락하면 법인세를 다시 추징한다.
다만 회생절차, 워크아웃 등을 진행하는 부실기업의 경우 요건 및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기업에 과다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했다.
경력단절여성이 퇴직 후 3~10년 이내 종전에 근무했던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경우 2년간 인건비의 10%를 세액공제하던 '경력단절여성 재고용 중소기업 세액공제'는 올해 연말까지였던 일몰 기한을 2020년 연말로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적용대상 기업 범위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면서 공제율도 상향조정(중소기업 10% → 30%, 중견기업 15%)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상시노동자 고용을 늘린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혜택은 적용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외국인투자 감면대상사업 소득에 한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일정 기간 감면해주는 '외국인투자 조세감면제도' 역시 관련 고용기준 한도를 각각 10%p 인상하여 총감면 한도를 높이기로 했다.
◇ 기업소득환류, 고용·상생협력 중심 재정비… 정규직 전환·노동시간 단축도 혜택↑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도입된 후 제도 효과를 놓고 논란을 빚다 일몰 기한이 종료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환류대상 등을 수정해 새 정부의 상생협력 지원세제 4대 패키지 중 하나인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기존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임금증가·배당 금액이 기업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할 경우 추가 과세하는 제도로 기업이 투자와 고용, 주주 이익 보장 등을 노려 도입됐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으로는 투자·배당 규모와 임금 증가 폭이 큰 일부 대기업에게 세금 부담 경감 혜택이 집중되는가 하면, 임금증가만으로는 고용과 직접 연계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신설될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에서는 대주주에 혜택이 몰린다는 비판을 받았던 주주 배당이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낮은 토지 투자는 환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신 중·저소득 노동자의 고용·임금증가 유도를 위해 환류대상에서 제외되는 임금 수준을 1억 2천만원 이상에서 7천만원 이상으로 낮추고, 관련 가중치도 고용증가 및 상생협력 가중치의 비중을 높이도록 조정한다.
예를 들어 총 임금 증가분이 250억원인 A기업에서 고용증가에 따른 임금증가분이 50억원, 청년 정규직 노동자 임금 증가분이 10억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임금증가분이 10억원일 경우 기존 '기업소득환류세제'에서 환류금액은 380억원이었지만,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에서는 변경된 가중치에 따라 420억원이 환류된다.
새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노동시간 단축, 임금 증가에 앞장서는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된다.
우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 1인당 700만원(중소), 500만원(중견)씩이던 세액공제액을 중소기업의 경우 1000만원으로 늘린다.
또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을 위해 중소기업이 시급을 인상할 경우 임금보전분 소득공제율을 기존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한다.
직전 3년 평균 임금증가율을 초과하는 임금증가분에 대해 10% 세액공제하던 기존 근로소득증대세제를 20%로 상향조정하고, 적용대상 노동자 범위도 1억 2천만원에서 7천만원 미만으로 조정해 중소기업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 외에도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될 창업·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새로 창업한 기업이 적극 고용을 창출하도록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에서 고용증가율에 따라 최대 50% 추가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신성장 서비스업종은 감면율을 초기 3년간 확대(3년간 75%, 이후 2년간 50%감면)한다.
'엔젤투자 소득공제' 대상도 확대해서 창업한 지 3년 이내에 신용평가사의 기술신용평가(TCB)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한 창업 7년 이내 기술 우수기업 등도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고용증대세제, 사회보험료 세액공제와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간에 중복 지원을 허용해 애로사항을 제거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R&D 지출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30%에서 최대 40%로 인상한다.
한 번 실패를 맛본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 세제지원도 강화해서 영세 자영업자가 폐업한 후 다음해 연말까지 재창업 또는 취업하는 경우 기존 체납세금을 1인당 3000만원 한도 내에서 면제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