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도시바 반도체 매각을 잠정중단해 달라며 WD 즉 웨스턴디지털이 낸 소송에 대해 매각협상 종결 2주전까지 통보하도록 한 합의를 재확인함에 따라 양측은 1승 1패씩을 거두게 됐다.
이번 결정이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은 현지시간으로 28일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매각협상 종결 2주전에 내용을 협력사인 WD에 통보하기로 한 양측의 합의를 승인했다.
이 소송은 원래 WD가 매각협상을 잠정중단시켜 달라며 낸 것이었지만 이날 법원의 결정은 매각협상을 중지하라는 것은 아니고 종결 2주전에 통보하기로 한 당초 합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따라서 웨스턴디지털로서는 매각협상이 완료되기 2주전에 관련 내용을 통보받아 반대할 수 있는 시간을 번 1승을 거뒀지만 협상을 잠정중단시켜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음으로써 1패가 됐다.
반면 도시바측에는 법원결정에 따라 매각협상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는 1승을 거뒀지만 웨스턴디지털에 매각협상 내용을 2주전에 시시콜콜히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지는 1패를 당했다.
이날 재판은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당초 양측의 합의를 수용할 것인지 묻는 법원 질의를 수락함으로써 비교적 싱겁게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에 대해 웨스턴디지털은 환영성명을 내고 모든 당사자에게 최대 이익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바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 법원 판결로 매각협상을 아예 중단하는 상황을 모면한데 대해서는 부담을 덜었지만 한미일 연합과 협상을 계속 진행하더라도 최종 결정 2주전에 '패'를 웨스턴디지털에 보여주고 '게임'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데 대해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일본 내부에서는 채권단을 중심으로 도시바가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매각협상이 새 국면을 맞을 수도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도시바 원자력 사업부가 미국에서 신청한 파산보호 신청으로 생기는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일본 국내외적으로 수천개에 이르는 협력사들에 대한 대금지불이 정지되는 불안상태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 우선협상 대상에서 아예 배제된 대만의 홍하이가 미국에 11조원 규모의 LCD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구애행동을 계속하면서 도시바 매각협상은 도장을 찍을때 까지는 끝난게 아니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미국 법원이 매각잠정중단 결정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한숨을 돌리게 된 SK하이닉스의도시바 인수전은 이렇게 다시 혼돈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